선택 - 미하일 고르바초프 최후의 자서전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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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트로이카를 지향했던 소비에트 연방이 어떻게 해서 해체되는지를, 고르바초프의 개인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다. 즉, '브레즈네프-안드로포르-체르넨코-고르바초프-옐친' 으로 이어지는 소련연방의 권력변화가 간단히 기술된다. 그런데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회고록은 아니다. 고르비가 사랑했던 아내와 함께 했던 인생역정에 중점을 두고 담담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서문의 내용을 조금만 들여자보자면,
"이것은 회고록이 아니다. 회고록은 여러 해 전에 쓴 바가 있다. 물론 이 책에도 회고록의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회고록은 아니다. 이것은 아내와 내가 함께 한 삶에 대해서 쓴 나의 이야기다."
라고 적고 있다.

첫 시작은 아내의 죽음으로 시작하며, 이후 고르비가 자신의 어린시절과 가족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고된 유녀시절을 보내면서 어떻게 해서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경로로 공산당 최고 자리에까지 이르는지, 그리고 첫 소련연방의 대통령에서 어떻게 하여 옐친에 의해 실각되었는지를 간단하게나마 알아볼 수 있다. 고르비의 시각에서 보자면,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극우파 중의 극우로써 그려진다. 또한 보리스 옐친은 권력에 눈이 먼 소인배로 그려진다. 이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는 필자의 몫이니 더이상 언급하지 않으련다. ㅎㅎ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바로 고려인과 고르바초프의 만남이다. 이 부분을 조금 자세히 소개해보겠다.

"관개 용지가 만들어지자 현지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이 나를 찾아와서 계약 재배로 양파를 키우도록 해 달라고 했다. 수확한 양파 가운데 1헥타르 당 45t은 집단 농장이나 국영 농장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기들 소유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고려인들은 다른 지역 출신 일꾼들을 모아 작업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수확기가 될 때까지 밭 옆에 천막을 쳐놓고 그곳에서 숙식을 하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밤낮으로 일했다. 이들은 높은 수익을 올렸다. 스타브로폴 지방 사람들도 그 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들어가면 고된 노동으로 일주일을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소련 연방검찰청과 당 기율위원회가 개입해, 사회주의 원칙을 어기고 불법적 약탈을 자행했다고 우리를 비난했다. 관리자 몇 명이 문책과 처벌을 받았다. 결국 고려인들은 쫓겨나고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파는 우리 주민들의 손으로만 키우게 되었다. 이일이 있고 난 얼마 뒤에 코시긴이 휴가차 이곳으로 왔다. "양파 사건은 어떻게 결말이 났소?"

코시긴이 이렇게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고려인들이 맡아서 할 때는 스타브로폴 지방에서 소비할 양파를 제외하고도 1만 5천t 내지 2만t 을 더 생산해 다른 지역에 공급했습니다. 이제는 고려인들을 모두 쫓아냈고, 모든 일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이제는 자급이 안 되기 대문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합니다."

코시긴은 양파를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금지 지시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앗기 때문이다.

내가 아쉬워한 것은, 고려인들처럼 뼈빠지게 일하는 원시적인 생산 방식이 아니라, 좀 더 현대적이면서도 그만큼 효과적인 노동 인센티브제 도입이라는 사실을 코시긴도 알았을 것이다.

라는 에피소드다.


필자는 끝 부분에 주목하고 싶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어쩌면 노동력을 쥐어짜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좀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이 더 나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재는 일만 죽어라고 열심히 하면 되는 세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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