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베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25
오광수 엮음 / 서문당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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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수화의 역사에 있어서 겸재 정선은, 그때까지 조선의 화풍을 지배하고 있었던 관념산수화를 배격하고 현실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낸 진경산수화를 개척하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구스타프 쿠르베도 그와 같은 인물인데, 당시에 프랑스 예술계를 지배하고 있었던 낭만주의 화파에 안녕을 고하고 리얼리즘이라는 새 미술사조를 열었다. 그러나 그의 초기작은 낭만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그자신 또한 그러한 작품들의 모방을 통해서 미술표현의 기교를 익혔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기반을 모조리 뒤엎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인구에 회자되는 그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 바로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소. 왜냐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오]이다. 과연 사실주의를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 답다.


그의 사실주의가 어떠한지 잠깐 소개를 해보자.
'파도속의 여인(The Woman in the Waves)' 에서는 겨드랑이 털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풍만한 여성이 물속에서 상반신들 드러내고 있다. 머리를 양손으로 틀어쥐어 올리고 있는데,  약간 붉은기가 도는 머리색깔에 맞춰서 갈색의 겨털이 자연스럽게 나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봐도, 요즘의 현대여성들이 느끼는 어떤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필자가 남자라서 그럴까? 이 정도는 약과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세계의 근원(The Origin of the World)' 이라는 작품을 살펴보기 바란다. 친구의 아내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그린 것이라 하는데, 화폭 가득히 여성의 음모와 생식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그림이 1866에 그려진 것인데,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 볼때, 자신의 아내를 선뜻 모델로 등장시킨 친구도 그렇고, 거기에 동참한 여인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쿠르베 이전까지 이렇게 사실적으로 여성의 몸을 그려낸 작가는 없었다. 작금의 한국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떨까? 털이면 걸리고 헤어면 심의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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