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전
장의순 지음, 강우석 옮김 / 사회교육연구회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필자는 다신전이라고하면 초의선사가 차문화를 승려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서 만든 책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차문화를 집대성해서 만든 육우의 다경을 보게되었더니만, 다신전이 이것을 거의 원문 그대로 복사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순수한 창작물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초의선사는 이 책을 바탕으로 하여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동다경이라는 서적을 집했으니 모방을 넘어 그의 정신을 담아내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조선시대는 숭유억불 정책이 수행되던 시대라서, 불가에서 유래한 차문화는 거의 명맥이 끊어질 정도가 되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그나마 초의선사가 활약을 했기에 완전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는 빈사 상태에 이르렀었다. 그러나 오늘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시 우리 전통을 찾으려는 일련의 움직임에 맞춰서-- 지금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련 문화가 복원되고 있으니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한편, 역으로 생각하면 육우의 다경도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원래 다경은 그때까지 여러 관련 책에서 하나의 챕터로 다루어지던 것으로써, 요즘말로 하자면 정리가 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널리 퍼져있던 것을 육우라는 인물이 다듬고 간추려서 펼쳐낸 책이다. 그리고 이것이 후대에 거쳐서 확대재생산되면서 내려온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의 작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의 창작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모든 사상과 문화를 다 소화시킨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또 다른 경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라.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발전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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