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 김열규 교수의 도깨비 읽기, 한국인 읽기
김열규 지음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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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도깨비,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때는 거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존재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깨비란 개념은 한국인의 총체적인 생활사가 투영된 존재라고 말한다. 즉, 우리의 욕망과 정서, 의식과 무의식을 드러내는 일종의 아바타인 셈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신화와 역사에서 볼때, 대개의 초자연적인 존재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으로 규정되는 것이 태반이다. 바꿔말한다면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도깨비는 조금은 어리숙하고 익살맞은 존재이며, 우리생활 주변에서 같이 살아가는 대상이다.


특히나 도깨비라는 존재에 여성들의 에로스가 투영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몽당 빗자루, 깨진 가마솥 뚜껑, 부지깽이 등등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부엌에서 사용하는 것들이며 대개는 여성들이 다루는 물건이다. 이러한 생활용품이 도깨비로 변신을 한다니 그 상징성이야 말로 정말 한국적인 에로스가 아닌가? 게다가 도깨비라는 녀석은 갑자기 불쑥하고 나타난다. 아무런 예고도 없으며 낮에 속한 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밤중에 출몰하는 원귀도 아니다. 어스름한 해질녘에 출현하여 다짜고짜 씨름을 청한다. 여기서 씨름의 메타포는 요즘말로 부부생활을 뜻한다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가까운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 그러나 이놈은 [오니]라고 해서 사람을 해치는 나쁜 귀신을 뜻하는 것이기에 --형상만 비슷할 뿐임-- 우리의 도깨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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