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다. 아다시피 저자인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만들어 억만장자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펀드의 성공 후 투자업계에서 은퇴를 한다. 그리고는 여자 친구와 함께 세계일주에 나서는데 --호화로운 크루즈선을 타고 하는 유람이 아니라-- 달랑 오토바이 한 대를 타고 22개월간(1990 ~ 1991년) 55개국을 여행한다. 지금이야 아무런 제약없이 배낭하나 짊어지고 세계 어디로든 여행을 갈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구소련이 건재하던 때라서 공산국가의 여행은 시작부터가 녹녹치 않았다. 하여간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일랜드에서 시작하여 유럽을 횡단하고 중국을 가로질러 시베리아를 통해 지중해로 건너간 다음, 아프리카를 종단하여 호주로 입성하여 뉴질랜드를 거처 남미의 안덱스 산맥을 넘어 알라스카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눈으로 그 나라의 경제상황, 사람들의 인심, 풍광,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등이 맛깔나게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의 일부 내용은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흥미롭기 그지없다. 독자 여러분에게 쪼금만 소개해 보련다.

"나는 시안(중국의 도시)에 전설적인 새 시장이 있다고 수없이 들어왔다. 사실 거리를 나가보면 공원에 앉아있는 15~20명의 노인을 보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새장을 하나씩 갖고 있다. 미국이라면 공원에 개를 데리고 가겠지만 중국에서는 새를 들고 간다. 새는 중국인들에게 딱 맞는 애완동물이다 : 새는 많은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많이 먹지도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탁구와 당구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크리켓이나 야구, 축구는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다 ; 이런 경기는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뭐 이렇게 새 시장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데, 놀라운 점은 새를 파는 상인의 민첩한 행동이다. 새를 사러온 고객과 흥정을 벌이는 와중에, 새장 문이 열려 새가 파라락~ 하고 날라서 도망을 치는데...........바로 그 짧은 순간에 손을 휙 뻗어서 그 새를 움켜잡더란 것이었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얼마나 반사신경이 예민하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눈앞에서 벌어진 그 광경에 저자인 로저스도 놀라서 잠시 말을 잊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기가막혀 말이 안 나온다. ㅎㅎㅎ


아뭏든 이렇게 각 나라의, 말 그대로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당시의 경제환경과 중국의 발전상, 러시아가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세계각국의 역학 등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한편, 저자는 현재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중국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이들을 중국에서 키워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습득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1999년에는 다시 3년간의 세계일주 여행에 나서면서 --이때 잠깐 한국에도 들리게 된다--  116개 국을 여행한다. 또한 당시의 기록을 담은 책을 출판하게 되는데,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이 되어 발간 되었다. 참고로 짐 로저스란 이름으로 검색하면 총 3권이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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