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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토끼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8
한호진 지음 / 한솔수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섬세한 펜화 기법이라 그림도 너무 근사해요.
아이는 책을 혼자서 보겠다고 자리를 잡았어요.
익살스런 토끼가 좋았는지 신이 났어요.
촌장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는 제트레인저에 나오는 박사님이라고 하네요.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라 아이와 함께 또 읽었어요.

청소부 토끼는 오늘도 달빛 토끼 마을을 청소해요.
구석구석 쓸고 닦으면 기분이 아주 좋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청소부 토끼와 촌장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어요.
어찌 된 일인지 달도 더러워 보이고, 달빛도 어두웠거든요.
달빛이 어두워지자 토끼들은 시름시름 앓았어요.
싱싱하던 채소들도 시들시들 말라 갔지요.
촌장 할아버지는 서둘러 마을 토끼들을 불러 모았어요.
"우리가 달을 청소하면 환한 달빛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때 청소부 토끼가 번쩍 손을 들었지요.
무엇이든 척척 만드는 과학자 토끼들은 그날부터 달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높이 뛸 수 있는 지렛대도 만들고, 기다랗고 기다란 사다리도 만들었어요.
청소부 토끼는 저 멀리 산 너머, 산 너머 너머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새털처럼 가벼운 날개를 만들었고, 커다랗고 커다란 풍선을 만들었지요.
하루가 지나고,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도 청소부 토끼는 안 돌아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촌장 할아버지한테 편지가 날아왔어요.
촌장님, 저는 아무 일 없이 달에 왔어요.
달에 와 보니 여긴 아주 깨끗해요.
살기도 아주 좋아요.
채소도 싱싱하게 잘 자란답니다.
하지만 지구가 더러워요.
그래서 달빛이 어두웠나 봐요.
청소부 토끼가 달에서 보냄
촌장 할아버지는 편지를 읽고 나서 몇 날 며칠을 생각했어요.
생각하고 또 또 또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마음을 굳게 먹었지요.
오늘도 토끼들은 하나 둘 지구를 떠나고 있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작은 쓰레기 하나도 분리수거를 잘 하자고 약속했어요.
퇴근 후 남편은 이 책을 보더니,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냐고 묻더군요.
하나 둘 지구를 떠나는 토끼들을 아이가 이해를 할 지 걱정이 된대요.
익살스런 토끼의 표정이 재미있어요.
저 높은 달까지 토끼는 정말 어떻게 갔을까요?
우리 아이가 더 많은 토끼들을 지키지 위해 자기 방부터 정리정돈 하는 습관을 배우길 바래요.
요즘 진공 청소기 들고 오면, "엄마, 잠깐만~" 하면서 장난감이랑 책을 정리하느라 바빠요.
아마도 청소부 토끼의 도움이라 생각헤요.

오늘 모래놀이 대신 마카로니를 즐겨 가지고 노는 아이가 다 놀고 주워 담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꺼내 주었어요.
심각하게 그림을 보는 아이가 혼자 쓱쓱 주워 담았어요.
이만하면 우리 아이 잘 이해한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