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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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화를 기다리고 있을 때 마침 나와준, 딱 내 스타일의 만화.
나를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팬으로 만든 만화.

요즘은 만화를 컴퓨터로 그리는 작가가 많아졌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의 인기에 편승한 것인지
만화의 내용도 뭔가 사이버틱 & 판타스틱한 만화들이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그런 만화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은 손으로 그린 투박한 그림이 그리워진다.
1mm의 이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컴퓨터로 만들어낸 펜선이
어떤 때에는 깔끔함을 넘어 답답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게임 캐릭터를 흉내내어 그린 듯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그런 인물들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사람냄새가 나는 투박하고도 진실된 만화를 보고 싶어졌다.
그런 갈증이 점점 심해졌을 때, 만나게 된 만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이다.

코모리(영어로 Little Forest)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며
각종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고 그것으로 직접 요리를 해 먹었던
작가의 실제 전원 생활이 반영된 만화, <리틀 포레스트>.
각 에피소드마다 직접 재배한 채소, 과일로 만든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며
그 음식에 관련된 소소한 추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표지를 넘기면 투박하면서 아기자기하고, 심플하면서 섬세한
이가라시 다이스케 특유의 화풍에 매료된다.
조금씩 들어간 수채화 페이지도 어찌나 색이 예쁜지...
작가의 자연물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력에 놀라게 된다.

요즘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일이 많아져서
사먹는 즐거움보다 더 큰, 직접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요리를 하게 되면 남들의 레시피를 구경하는 것이 큰 재미이다.
직접 만들어 먹는 보람과,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
그런 재미를 잘 알고 있는, 전원에서의 슬로 라이프를 동경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사이버나 판타지보다도 흙냄새, 풀냄새, 사람 냄새 나는
투박한 화풍을 선호하는 분들께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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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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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판으로 4권, 애장판으로 2권.
만화책으로서는 결코 긴 분량이라고는 할 수 없다. 
흔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만화책들을 살펴보면
10권은 기본이요 어쩔 땐 30권, 50권까지 넘어가기도 한다. 
(꽃보다남자, 드래곤볼, 원피스 등....)
길게 지속되는 만화에는 이유가 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재미가 있지만
만화책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가격과 공간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가격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소장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명작, 과연 있을까?
나는 <서양골동양과자점>이 바로 그런 만화라고 말하고 싶다.
애장판 2권 안에 충실하게 짜여진 드라마가 꽉꽉 담길 수 있었던 것은 
요시나가 후미의 담백하고도 적절한 연출력 덕분이다.
요시나가 후미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정적인 화면을 그려내는데도, 캐릭터가 굉장히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의 수다가 어찌나 재밌는지  
정신없이 빠져들어 웃고 있다가 책을 덮고 나면, 어쩐지 정적마저 느껴진다.
짧은 분량에 비해 긴 내용을 본 것 같은 충족감
그래, 마치 케이크와 같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안티크에서 파는 것은 아주 조그만 케이크이지만,
그 이면에는 파티쉐 오노와 견습생 에이지의 세심한 노력이 숨겨져 있다.
손님들이 아주 조그만 케이크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작은 사치, 라고 표현하면 역설이려나.
그래도 이토록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작품성 높은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표현하기에는
'작은 사치'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안티크의 꽃미남들이 선사하는 케이크처럼
작은 사치를 누려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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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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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제목이 심야식당이 아니다.

심야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뜻.

조직폭력배, 스트립 댄서, 때로는 도둑까지...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 이 심야식당에 와서 위장과 영혼의 허기짐을 달랜다.

에피소드마다 여러 사람들의 우습고도 슬픈 사연을

음식과 연관지어 담담하고 쿨하게 그려낸 만화, <심야식당>.

슬픔을 나타내는 데에 있어 질척대고 지지부진하지 않으면서도

인간미와 온정을 느끼게 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심야식당>의 작가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의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이 주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인생이 그런 거지'라며 어느 정도 체념하게 되지만,

그 체념에서 지난 상처를 씻어낸 듯한 상쾌함이 태어나는 건 어찌된 일일까.

그리고 다시 '인생이란 그런 거니까'라며,

또 어떤 슬픔이 와도 어떻게든 이겨낼 거라며

새로운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 건 어떻게 된 일일까.

치유하려 하는 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치유받는 책이다.

이것이 심야 식당 주인 아저씨의 힘일까?

 

이 만화 특유의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동명의 일본 드라마도 전부 보았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버터와 날계란에 밥을 비벼먹는 일이 많아졌다. ㅎㅎ

사는 게 외롭고 힘들어서 치유받고 싶을 때,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나만의 메뉴를 반드시 만들어주는 곳, <심야식당>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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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도다 1
정혜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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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까지는 탐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윌리엄과 버진, 박규의 첫만남과 관계 발전상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포인트는 ’진상품 도둑은 누구인가?’, 그리고
’윌리엄이 탐라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다.
6권부터는 버진이가 조선으로 진출하면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남사당패의 수금이와 대출이, 박규의 누이와 박규를 짝사랑하는 홍란,
어렸을 적부터 박규를 놀려먹길 좋아했던 또 하나의 훈남 허세겸이 등장한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대량 폭격(?)과 함께, 앞으로 버진이가 어떻게 살아나갈지 한층 궁금해진다.

 
<탐나는도다>의 매력은 한 자리에서 만나기 힘들 것 같은
표류 서양인, 제주 해녀, 귀양 선비
한 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특별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데 있다.
윌리엄은 어리버리하지만 마음이 착하고,
버진이는 괴팍하지만 독립적이고 꿈이 많은 처녀이다.
또한 박규는 차가워 보이지만, 윌리엄과 버진을 보며
혼자 마음을 졸이는 부분에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다.
이런 특이한 캐릭터들이 모인 시점에서 독자들의 궁금증은 시작된다.
어느 쪽도 이루어지기 힘들 것 같은 삼각관계에서 대체 버진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박규와 버진? 아님 버진과 윌리엄...?
어느 커플이나 이루어지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므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하는 건
바로바로 ~~ 눈의 보양이 되는 아름다운 남자 캐릭터들!!
순정만화의 고전적 라이벌 구도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관계성으로 신선한 조합을 보여주는
금발순수청년 윌리엄과 흑발냉미남 박규에 이어
제주의 원빈(!) 버진 아버지, 어딘지 모르게 모성애를 부르는 얀 등...
이외에도 권을 거듭하면서 훈훈한 남자들의 명단은 계속 추가되니...
여자로서 눈을 뗄 수 없는 만화라 하겠다.


만화를 통해 새로운 세상,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개척 정신이 강한 해녀 버진과 일체화하여 재미도 얻고, 꿈도 키울 수 있는 신개념 사극 만화-
<탐나는도다>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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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蘭製里 1 - 꽃을 만드는 마을
서윤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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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퓨전 사극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퓨전 사극 순정만화 전반에서 한복을 최대한
‘몸매의 굴곡이 드러나 보이게’ 변형하여 나타내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현대 여자 독자들의 미적 감각에 맞는 차림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적으로 한복을 서양 복식의 미(美)에 맞추어 변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란제리》는 ‘서양의 내의를 한복 안에 입는다’는 명확한 설정으로, 
퓨전 사극 만화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 만화에서 개량된 한복은 몸의 굴곡이 다 드러나는 타이트한 디자인으로, 
그것을 착용한 여성들의 이미지를 더욱 독립적이며 당당하게 보이게 만들어 준다. 
즉, 독립적인 여성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한복의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신선함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만화는 또한 미래에 한국인들이 입을 한복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의 미의 기준이 몸의 라인을 드러내는 옷에 맞춰져 있다면, 
또 여성의 높아진 사회적 지위가 움직이기 편한 디자인의 옷을 원한다면, 
이 만화에 그려져 있는 한복들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옷들이다.
현재 순정만화에서 퓨전 사극 붐이 일고 있는 것과 같이, 
시간이 갈수록 한국 여성들은 서양의 미에 진부함을 느끼고
한국의 미에서 신선함을 찾게 될 것이다. 
한편 남성 한복도 화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성 한복에서도 메트로섹슈얼한 미(美)를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란제리》가 알려주고 있다. 
이 만화에서 나타나는 여성 한복에선 기성 한복에서 느껴졌던 
고풍스러움과 넉넉함이 사라진 대신, 현대 여성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위상이 바뀌면서 한복의 디자인도 바뀌어가는 것이다. 

한복의 진정한 미는 속옷에 있을지도 모른다. 
속옷만 입어도 예쁘고, 속옷이 비쳐보여도 예쁜 옷은 흔히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전통의상으로서의 한복은 큰 의미를 가진다. 
《란제리》는 속옷과 같이 숨겨져 있는 한복의 매력을
아직도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해 주는 만화이다.
한복을 과거의 것으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한복은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것이어야 한다. 
한복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 사회상에 맞게 한복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남성이 여성스런 일을 하게 된
사회적 변화를 한복 디자인에 반영시킨 이 만화,
《란제리》가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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