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보다 '최애'가 중요해!!
두 사람이 사랑하다가 고백하고 이어지면 완결되는 '연애물'보다
쌍방의 영원한 짝사랑을 다룬 '최애물'이 요즘 유행인 것 같다.
'최애'란 아이돌이나 만화 캐릭터 등 닿을 수 없는 존재들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데, 요즘 만화 제목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주로 팬이 연예인을 사랑하는 마음(연예인이 자신을 몰라도 상관없다는 헌신적 사랑),
연예인이 팬을 사랑하는 마음(모든 팬들을 아우르는 범인류적 사랑)을 다루고 있어
연애물이라기보다 거의 종교적 사랑(!)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 '최애물'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 최애와 팬 사이의 아슬아슬한 거리감 유지, 에 있다고 본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아야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킨다.
서로를 연애대상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위해 헌신한다.
서로 특별한 존재지만 특별히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고 생각하는 점.
최애물의 존귀함은 바로 이런 점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애가 옆자리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는 우연히 최애 아이돌과 같은 반, 옆자리라는
엄청난 행운을 얻게 되지만, 자신이 덕후라는 사실이 아이돌에게 폐를 끼칠까봐
매사에 조심하고 아이돌인 짝꿍을 배려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깊은 작품이다.
[최애의 아이]는 최애 아이돌의 비밀 출산을 책임졌던 산부인과 의사와
불치병에 걸린 아이돌 오타쿠 소녀, 두 사람이 최애가 낳은 아이로 환생하여
최애 아이돌인 엄마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연예계에 데뷔하는 미스터리물이다.
최애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최애가 낳은 아이로 환생하게 되었다는 설정도 재밌지만
팬은 자신의 최애를 죽인 원수를 거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와 동일시하며
복수심을 품는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한 설정인 것도 같다.
그런 점에서 서로 연애관계가 아님에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서로만을 바라보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최애와 팬의 특이한 관계성이
잘 드러나는 서사라고 볼 수 있겠다.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는 인기없는 지하 아이돌 그룹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는 멤버 마이나를 사랑하는 유일한 팬(?) 에리피요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이나도 에리피요를 유일한 팬이자 최고의 팬으로 인식할 정도이니 어떤 의미로는 축복받은(?) 환경이지만
마이나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며 그저 일개 팬으로서 마이나의 행복과 성공을 바라는 에리피요의 모습을 보면
'어찌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연애라는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긍정하는... 바로 이런 부분이 최애물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