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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AI - 블록체인과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다
김기영 외 지음 / 키랩스 / 2025년 9월
평점 :

책 표지가 매우 단순합니다.
검은색과 흰색의 극명한 대비,
그리고 선명한 녹색 점.
김기영, 이정석, 한정석 세 명의 저자가 쓴 이 책의 표지는 그 자체로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이라는, 현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두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AI와 블록체인을 별개의 영역, 심지어는 서로 경쟁하는 기술로 인식하고 있는 세태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AI가 중앙화된 거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 분산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말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AI는 마치 N극과 S극 같다.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결합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라고 합니다.
이 책은 AI 혁명의 상징인 샘 알트먼이 왜 크립토 프로젝트인 ‘월드코인’에 베팅하는지, AI가 촉발한 저작권 전쟁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때 부의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자인 김기영은 뉴욕 대학교 스턴 스쿨 금융학 학사부터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 MBA, 그리고 액센츄어, 스톤브릿지벤처스,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금융 및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신뢰도가 보여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블록체인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블록체인의 꽃은 결국 크립토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은 블록체인을 ‘신뢰의 프로토콜’이라 정의합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 기관에 신뢰를 맡기고 사회 시스템을 설계해왔습니다.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은행이 그 가치를 보증해주는 대가로 높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통해 중앙 기관 없이도 참여자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고,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에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도입하며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시켰습니다.
이 책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 바로 이 ‘탈중앙화된 신뢰’에 있음을 명확히 짚어냅니다. 복잡한 암호학적 원리를 나열하는 대신, 왜 우리가 중앙화된 시스템에 의존해왔는지, 그리고 블록체인이 어떻게 그 비용과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설명합니다. 크립토(암호화폐)는 단순히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러한 탈중앙화된 신뢰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연료’이자 ‘꽃’이라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통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관계, 그리고 이 기술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해설을 넘어, 신뢰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고찰에 가깝습니다.

블록체인이 ‘신뢰’의 문제를 다룬다면, AI는 ‘지능’의 영역을 혁신합니다. 책은 AI의 발전이 단순히 우리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행동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역설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AI 에이전트(Agent)’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주면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적인 비서입니다. 이는 오랜 기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지식 노동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책은 AI 에이전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며, 왜 우리 일의 미래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파고듭니다. 이는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섭니다. 오히려 AI 에이전트를 통해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인간은 더욱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하게 되는 미래를 그립니다. 이 책은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인간과 협업하는 지능적 파트너로 규정하며, AI 에이전트 시대에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적응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블록체인이 사회의 거래 비용을 줄인다면, AI 에이전트는 지식 노동의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만한 한 점은 블록체인과 AI를 각각의 기술로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기술이 융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거대한 시너지를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트럼프 2.0, 스테이블코인과 Bitcoin feat. 월드코인’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장입니다. 이 책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이 급격히 전환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백악관에 ‘크립토 차르(Crypto Czar)’를 임명하고 비트코인 채굴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삼는다는 파격적인 내용은, 암호화폐가 더 이상 변방의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미국 달러와 1: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디지털 금융 시대에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동시에 AI 시대에 ‘인간 증명’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면서, 샘 알트먼의 월드코인이 어떻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그 해법을 찾으려 하는지를 연결합니다. 이처럼 책은 두 기술이 어떻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AI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디지털 복제와 가짜 정보의 시대에, 블록체인은 원본성과 소유권을 증명하는 ‘신뢰의 닻’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블록체인의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자동화하는 데 AI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이 책은 다양한 최신 사례를 통해 두 기술의 상호 보완 관계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지요. 멀어 보이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구요.

"디지털 경제의 중심축은, 블록체인과 AI라는 양대 기술이 형성해나가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서광열 CEO의 말처럼, 이 책은 격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먼저 이해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를 명쾌하게 짚어주는 단단한 구조의 '지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SK, 현대자동차 등 대한민국 최고의 테크 기업 을 이끄는 분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보입니다. 복잡한 기술 용어의 나열을 넘어, 두 기술의 본질을 꿰뚫고, 이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낼 산업의 변화와 미래의 기회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명료하게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던지는 최종적인 메시지는 명쾌합니다. AI가 강력한 ‘지능 엔진’이라면, 블록체인은 그 엔진이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하고 그 힘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돕는 ‘신뢰의 운영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가 ‘쓰기(Write)’의 힘이라면 블록체인은 ‘소유(Own)’의 규칙이며, AI가 ‘창조’의 동력이라면 블록체인은 ‘증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AI와 블록체인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의 경쟁자가 아니라, 다음 시대의 경제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파트너임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 기술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가, 그리고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길을 찾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