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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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중에 읽은 하루키 팬(?)의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하루키 소설을 “만남”이라는 한 가지 키워드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만남은 그냥 우연히 스치는 일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 음악, 책, 기억, 같은 질문처럼 함께 나눌 수 있는 매개가 생길 때 비로소 진짜 만남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하루키 소설 속 외로움과 상실도 끝이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부터 이미 고유한 하루키의 특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키는 이렇게 분석해주는 학자까지 있다는 게 대단한 작가임을 느끼게 합니다. 융 심리학과 관련지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해석하는 책이 나올 정도니까요. 저도 팬이긴 하지만 팬 중의 팬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석해서 논문이 나올 정도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경외심이 더 강해졌습니다.





책의 전개 방식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연, 공유, 수수께끼, 첫사랑, 가면, 부끄러움 같은 분명한 단어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묶습니다. 덕분에 작품 하나하나의 줄거리를 외우지 않아도, “하루키식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흔들리고 회복되는지”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는 관계는 정답을 빨리 찾는 경쟁이 아니라, 풀리지 않는 질문을 함께 붙들고 있는 시간에서 자란다. 여깁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를 풀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풀리지 않더라도 같이 고민하면 가까워진다”고 말합니다. 공부로 바꾸면, 성적표만 보여주는 팀플보다, 같은 난제를 붙들고 토론한 팀플이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는 뜻이죠. 여기서 깊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가면’과 ‘부끄러움’에 대한 해석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가면을 씁니다. 말수가 적거나 거리를 두는 태도도 무조건 회피가 아니라,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그런 가면이 더욱 두꺼워졌고, 나이를 먹어가며 더 크고, 두꺼워지지요... 학교 생활로 옮겨 보면, 말이 적은 친구를 서둘러 “비협조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는 시선을 갖게 됩니다. 또 책은 ‘우연’을 마법처럼 보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리듬과 습관이 우연을 불러오기 쉽다고 말하죠. 같은 시간에 같은 카페를 다니면,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리듬이 우연을 만든다는 관찰은 일상에도 바로 적용됩니다.


저는 하루키 책을 거의 다 읽어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이 책만을 읽으신 분들에게는 아쉬울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분석이 촘촘해서 좋은데, 하루키 작품을 거의 안 읽어 본 사람은 진입 장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 작품의 핵심 장면을 조금 더 친절하게 요약해 주거나, 장 끝마다 작품-개념 연결표가 있었다면 초심자에게 더 쉬웠을 겁니다. 또 심리학 용어가 깔끔하지만, 현실을 볼 때 모든 행동을 상징으로만 읽는 과해석은 조심해야 합니다. 해석만 깔끔하게 해준다고 해도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결국 읽히지 못하고 버려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몇 가지 있네요. 하루키 소설을 감상문으로 소비하지 않고 관계의 구조로 보여 주는 것이 '분석'으로 접근하기에 참 좋습니다. 그리고 “공유의 매개”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왜 어떤 사람과는 빨리 가까워지고 어떤 사람과는 오래 엇갈리는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하루키의 소설을 기반으로 이런 내용까지 뽑아 낸다는 것이 참 멋집니다. 읽고 나면 당장 실천해 볼만한 실험이 생각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한 곡을 같이 듣고 느낌 한 문장 적기, 같은 책의 한 단락을 소리 내어 읽고 인상 단어 나누기, 정답 없는 질문을 정해 5분만 같이 붙들기 같은 것들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공유의 순간을 늘리는 습관이고, 이렇게 하면서 더욱 가까워지며 감정이 섞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키 팬에게는 해석의 지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관계 읽기의 입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만남을 사건이 아니라 공유의 구조로 보게 만들고, 단절을 실패가 아니라 다시 엮을 기회로 보게 합니다.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법을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가르친다는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하루키의 팬이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이 서평은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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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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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하루키 분석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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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리커버 에디션) - 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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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번개 아이콘과 함께 박힌 문장,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가 이 책의 방향을 명확히 말해 줍니다. 이 책은 거대한 이론이나 감성적인 내용을 전개하지 않고, 짧은 질문과 실천 규칙으로 독자를 앞으로 밀어주는 형식입니다. 각 장이 독립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기 좋고 독서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읽는다 → 곧바로 해 본다로 이어지도록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다 읽는 것보다는, 고민이 생길 때 필요한 부분을 꺼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1~52장의 구성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끊어서 읽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수전 케인의 장은 달력과 할 일 관리에 익숙한 독자에게 날카로운 수정안을 제시합니다. 시간은 줄 세워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 역할과 환경을 지정해 ‘고용’해야 하는 동료라는 관점입니다. 특히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는 제안은 주목할 만합니다. 빈칸 없는 일정표가 창의성과 판단력을 오히려 질식시킬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달력의 공백을 죄책감이 아니라 전략적 여백(현금성 자산)으로 보게 만듭니다. 그동안은 언제나 시간 관리에 허덕여왔는데,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있는 시간이지만 활용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니까요.



스콧 벨스키의 장은 생산성을 말하면서도 ‘지금 시작하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행동을 막는 것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착수 비용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은 ‘시작하는 순간’에 보상이 돌아가게 설계하는 편이 실전적입니다. 수업·프로젝트에서도 최종 발표보다 첫 10분의 토의 개시, 첫 메모 한 장에 즉시 피드백을 주면 추진력이 붙습니다. 미루기의 관성을 끊는 데 특히 유효합니다. 수작을 부리지 말고 그냥 하라. 라는 말이 저를 후벼파네요. 반성하게 됩니다.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여유롭게 해야지. 이런 것보다는 빠르게 하고, 만약에라도 남은 시간이 있다면 그것을 즐기면 될 일입니다. 반성합니다. 정말로.







줄리아 갈레프의 장은 메타인지를 독려합니다. “최악의 실패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라는 문구는, 확신에 취한 자기 인식을 잠깐 멈추게 만듭니다. 갈레프가 강조하는 ‘스카우트 마인드셋’(사실을 정찰하듯 탐사하는 태도)이 응축되어 있으며, 작은 의심이야말로 빠른 결정의 시대에 가성비 높은 리스크 관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크리스틴 울머의 장은 두려움을 적으로 규정하는 통념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상처의 원인은 두려움 그 자체가 아니라, 두려움을 피하려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행위라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목표는 ‘두려움을 제거’가 아니라 ‘두려운 채로 움직이는 기술’입니다. 두려움 자체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발판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도전이라는 것이 두려움을 억누르는 게임이 아닌 기술을 학습하는 게임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행 친화성입니다. 각 장이 독립되어 있어 ‘오늘의 한 장’을 바로 실험하기 쉽고,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통분모—수면, 기록, 운동, 관계라는 기본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합니다. 첫째로는 중복 내용이 많습니다. 공통 분모라는 좋은 말로 이야기를 했지만 유사한 메시지가 다른 표현으로 반복되어 속도가 빠른 독서에서는 피로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는 선택 편향이라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 일상과 간극을 보일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이런 내용을 따라할 수 있을지? 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맹신하는 것 보다는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읽는 편이 건강한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짧은 호흡 덕분에 부담없이 조금씩 술술 읽을 수 있지만, 개별 조언의 근거와 반례를 알고 싶으시다면 직접 찾아보는 수고로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본문 곳곳에 키워드가 존재하고 있어 확장적으로 독서도 가능할 것입니다.

작게, 바로, 오늘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최고의 삶으로 만드는 52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작게 시작하고, 바로 착수하고, 오늘 실험하는 태도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실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달력에 전략적 빈칸을 남기기(〈시간을 고용하라〉).

- 완료보다 착수에 보상하기(〈할 일을 하라〉).

- 두려움과 동행하는 문장 만들기(〈두려움은 현자다〉).

결국 이 책의 가치는 거창한 비전을 약속하기보다 매일의 미세 조정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언젠가” 대신 “지금, 바로 오늘”. 어느 페이지를 펼치시든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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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Anorak) : 기쁨 - ISSUE 17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이희경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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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네이버카페 북유럽(BOOK U LOVE)의 

소개로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초록색 표지의 느낌이 꽤 좋았습니. 큰 글씨 anorak과 분홍 플라밍고, 웃는 지구, 별과 꽃, 그리고 동그란 공들이 가볍게 떠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정신없지 않고, “오늘은 그냥 기분 좋게 읽자”라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예술가들이 표지를 만든 것 같았습니다. 



5세 아들과 나란히 앉아 한 장씩 넘기자 질문이 바로 나왔습니다. “아빠, 무지개는 왜 구름을 안고 있어요?” 표지부터 대화가 열리는 책은 흔치 않아서, 그 순간에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이 서평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아이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지식을 단숨에 알려주지는 않지만, 매일 10분씩 꺼내 읽기에 딱 맞습니다. 


몇 페이지 정도 아이가 흥미를 보였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주황색 바탕의 G—Galaxy 은하 페이지에서 꽤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우주복을 입은 캐릭터 둘이 커다란 G 주위를 걷고, 작은 별들이 반짝입니다. 짧은 문장으로 은하수와 안드로메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아이가 “우리 집은 어디에 있어요?” "여기는 어디에요?" 라고 물을 만큼 상상력이 붙습니다. 저는 지구가 있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초록색 대륙이 보이는 부분) “여기쯤일까?”라고 장난스럽게 말해 보았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가 오래 이어졌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물어보네요. 짧은 정보 + 큰 그림 + 여백이 아이의 질문을 먼저 끌어냅니다. 안드로메다는 사실 설명이 좀 어려웠긴 합니다.



“아노락 아티스트 네 명에게 어릴 적 기뻤던 일을 떠올려 그리라고 했다”는 안내문이 짧게 놓여 있습니다. 문장이 길지 않아서 5세 아이도 부담 없이 듣습니다. 이 페이지를 넘기며 저희는 “너는 언제 제일 기뻤어?” “왜 그게 좋았어?”를 자연스럽게 나눴습니다. 거창한 토론이 아니라, 단서 하나 던지고 한 문장으로 답하는 식입니다. 저는 이런 간단함이 좋아 보였습니다. 과하게 이끌지 않아도 되는 책이니까요. 아이와 함께 부담없이 읽어 나갈 수 있어서 좋네요. 가끔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에는 쉬게 하고 싶어하는데, 이런 부분은 참 좋았습니다.



아노락 책의 경우 처음 본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이와 함께 같이 보는 것이 좋았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다른 아이들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입니다. 피자와 음식을 그린 그림, 버섯과 숲을 그린 그림, 아이스크림, 그리고 주방에서 분주한 장면 등. “세상에서 가장 기쁜 전시회”라는 말이 과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도 그 자리에서 크레파스를 집더니 피자와 샐러드를 그렸습니다. 그림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부모인 저도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코너 덕분에 책이 읽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활동지로 바뀌었습니다.



활동지로 쓰기 좋은 책이라는 점이 여기서 또 나옵니다. '그려보자' 인데, 여기는 아직 채우지 않았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같이 활동하게 하려고 합니다.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기대가 되며, 이야기를 다같이 나누면서 채워볼까 합니다.







책의 정리하는 부분입니다. “기쁨은 정말 짜릿해.” “느끼기 쉽지는 않아.” “주변을 깊게 살펴보면 돼.” 같은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는 해마가 귀엽다고 웃었고, 저는 말풍선을 천천히 읽어 주기만 했습니다. 긴 설명 없이도,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져”라는 한 문장이 아이 머리에 오래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문장들은 어른에게도 필요합니다. 하루가 바쁠 때, 그냥 이 만화 한 장만 다시 봐도 기분이 가벼워졌습니다.



매일 조금씩 읽기 좋은 책


아노락 책의 특징 중에 하나는 우리 주변의 '이상한' 것들을 그냥 신기하게만 보거나 이상하다고 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상함'이 세상을 더욱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독자들은 아주 신기하고 특별하고, 가끔은 엉뚱해서 더 놀라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실패한 발명품만 모아둔 박물관, 평생 바나나 껍질만 모으는 사람, 흙을 먹는 동물 이야기처럼요. 이 책에는 이렇게 끝없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창의력보다는 다른 친구와 '비교'하면서 맞춰나가기에 급급했는데, 이런 쪽으로도 방향을 틀어봐야겠습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좀 더 소중히 해야겠습니다.



이 서평은 네이버카페 북유럽(BOOK U LOVE)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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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AI - 블록체인과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다
김기영 외 지음 / 키랩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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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매우 단순합니다.

검은색과 흰색의 극명한 대비,

그리고 선명한 녹색 점.

김기영, 이정석, 한정석 세 명의 저자가 쓴 이 책의 표지는 그 자체로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이라는, 현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두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AI와 블록체인을 별개의 영역, 심지어는 서로 경쟁하는 기술로 인식하고 있는 세태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AI가 중앙화된 거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 분산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말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AI는 마치 N극과 S극 같다.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결합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라고 합니다.

이 책은 AI 혁명의 상징인 샘 알트먼이 왜 크립토 프로젝트인 ‘월드코인’에 베팅하는지, AI가 촉발한 저작권 전쟁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나아가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때 부의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자인 김기영은 뉴욕 대학교 스턴 스쿨 금융학 학사부터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 MBA, 그리고 액센츄어, 스톤브릿지벤처스,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금융 및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신뢰도가 보여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블록체인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블록체인의 꽃은 결국 크립토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은 블록체인을 ‘신뢰의 프로토콜’이라 정의합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 기관에 신뢰를 맡기고 사회 시스템을 설계해왔습니다.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은행이 그 가치를 보증해주는 대가로 높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통해 중앙 기관 없이도 참여자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고,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에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도입하며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시켰습니다.

이 책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 바로 이 ‘탈중앙화된 신뢰’에 있음을 명확히 짚어냅니다. 복잡한 암호학적 원리를 나열하는 대신, 왜 우리가 중앙화된 시스템에 의존해왔는지, 그리고 블록체인이 어떻게 그 비용과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설명합니다. 크립토(암호화폐)는 단순히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러한 탈중앙화된 신뢰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연료’이자 ‘꽃’이라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통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관계, 그리고 이 기술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해설을 넘어, 신뢰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고찰에 가깝습니다.



블록체인이 ‘신뢰’의 문제를 다룬다면, AI는 ‘지능’의 영역을 혁신합니다. 책은 AI의 발전이 단순히 우리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행동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역설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AI 에이전트(Agent)’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주면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적인 비서입니다. 이는 오랜 기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지식 노동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책은 AI 에이전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며, 왜 우리 일의 미래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파고듭니다. 이는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섭니다. 오히려 AI 에이전트를 통해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인간은 더욱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하게 되는 미래를 그립니다. 이 책은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인간과 협업하는 지능적 파트너로 규정하며, AI 에이전트 시대에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적응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블록체인이 사회의 거래 비용을 줄인다면, AI 에이전트는 지식 노동의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만한 한 점은 블록체인과 AI를 각각의 기술로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기술이 융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거대한 시너지를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트럼프 2.0, 스테이블코인과 Bitcoin feat. 월드코인’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장입니다. 이 책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이 급격히 전환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백악관에 ‘크립토 차르(Crypto Czar)’를 임명하고 비트코인 채굴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삼는다는 파격적인 내용은, 암호화폐가 더 이상 변방의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미국 달러와 1: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디지털 금융 시대에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동시에 AI 시대에 ‘인간 증명’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면서, 샘 알트먼의 월드코인이 어떻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그 해법을 찾으려 하는지를 연결합니다. 이처럼 책은 두 기술이 어떻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AI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디지털 복제와 가짜 정보의 시대에, 블록체인은 원본성과 소유권을 증명하는 ‘신뢰의 닻’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블록체인의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자동화하는 데 AI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이 책은 다양한 최신 사례를 통해 두 기술의 상호 보완 관계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지요. 멀어 보이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구요.



"디지털 경제의 중심축은, 블록체인과 AI라는 양대 기술이 형성해나가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서광열 CEO의 말처럼, 이 책은 격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먼저 이해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를 명쾌하게 짚어주는 단단한 구조의 '지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SK, 현대자동차 등 대한민국 최고의 테크 기업 을 이끄는 분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보입니다. 복잡한 기술 용어의 나열을 넘어, 두 기술의 본질을 꿰뚫고, 이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낼 산업의 변화와 미래의 기회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명료하게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던지는 최종적인 메시지는 명쾌합니다. AI가 강력한 ‘지능 엔진’이라면, 블록체인은 그 엔진이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하고 그 힘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돕는 ‘신뢰의 운영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가 ‘쓰기(Write)’의 힘이라면 블록체인은 ‘소유(Own)’의 규칙이며, AI가 ‘창조’의 동력이라면 블록체인은 ‘증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AI와 블록체인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의 경쟁자가 아니라, 다음 시대의 경제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파트너임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 기술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가, 그리고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길을 찾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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