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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Anorak) : 기쁨 - ISSUE 17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이희경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5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네이버카페 북유럽(BOOK U LOVE)의
소개로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초록색 표지의 느낌이 꽤 좋았습니. 큰 글씨 anorak과 분홍 플라밍고, 웃는 지구, 별과 꽃, 그리고 동그란 공들이 가볍게 떠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정신없지 않고, “오늘은 그냥 기분 좋게 읽자”라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예술가들이 표지를 만든 것 같았습니다.

5세 아들과 나란히 앉아 한 장씩 넘기자 질문이 바로 나왔습니다. “아빠, 무지개는 왜 구름을 안고 있어요?” 표지부터 대화가 열리는 책은 흔치 않아서, 그 순간에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이 서평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아이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지식을 단숨에 알려주지는 않지만, 매일 10분씩 꺼내 읽기에 딱 맞습니다.
몇 페이지 정도 아이가 흥미를 보였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주황색 바탕의 G—Galaxy 은하 페이지에서 꽤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우주복을 입은 캐릭터 둘이 커다란 G 주위를 걷고, 작은 별들이 반짝입니다. 짧은 문장으로 은하수와 안드로메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아이가 “우리 집은 어디에 있어요?” "여기는 어디에요?" 라고 물을 만큼 상상력이 붙습니다. 저는 지구가 있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초록색 대륙이 보이는 부분) “여기쯤일까?”라고 장난스럽게 말해 보았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가 오래 이어졌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물어보네요. 짧은 정보 + 큰 그림 + 여백이 아이의 질문을 먼저 끌어냅니다. 안드로메다는 사실 설명이 좀 어려웠긴 합니다.

“아노락 아티스트 네 명에게 어릴 적 기뻤던 일을 떠올려 그리라고 했다”는 안내문이 짧게 놓여 있습니다. 문장이 길지 않아서 5세 아이도 부담 없이 듣습니다. 이 페이지를 넘기며 저희는 “너는 언제 제일 기뻤어?” “왜 그게 좋았어?”를 자연스럽게 나눴습니다. 거창한 토론이 아니라, 단서 하나 던지고 한 문장으로 답하는 식입니다. 저는 이런 간단함이 좋아 보였습니다. 과하게 이끌지 않아도 되는 책이니까요. 아이와 함께 부담없이 읽어 나갈 수 있어서 좋네요. 가끔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에는 쉬게 하고 싶어하는데, 이런 부분은 참 좋았습니다.

아노락 책의 경우 처음 본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이와 함께 같이 보는 것이 좋았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다른 아이들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입니다. 피자와 음식을 그린 그림, 버섯과 숲을 그린 그림, 아이스크림, 그리고 주방에서 분주한 장면 등. “세상에서 가장 기쁜 전시회”라는 말이 과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도 그 자리에서 크레파스를 집더니 피자와 샐러드를 그렸습니다. 그림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부모인 저도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코너 덕분에 책이 읽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활동지로 바뀌었습니다.

활동지로 쓰기 좋은 책이라는 점이 여기서 또 나옵니다. '그려보자' 인데, 여기는 아직 채우지 않았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같이 활동하게 하려고 합니다.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기대가 되며, 이야기를 다같이 나누면서 채워볼까 합니다.

책의 정리하는 부분입니다. “기쁨은 정말 짜릿해.” “느끼기 쉽지는 않아.” “주변을 깊게 살펴보면 돼.” 같은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집니다. 아이는 해마가 귀엽다고 웃었고, 저는 말풍선을 천천히 읽어 주기만 했습니다. 긴 설명 없이도,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져”라는 한 문장이 아이 머리에 오래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문장들은 어른에게도 필요합니다. 하루가 바쁠 때, 그냥 이 만화 한 장만 다시 봐도 기분이 가벼워졌습니다.
매일 조금씩 읽기 좋은 책
아노락 책의 특징 중에 하나는 우리 주변의 '이상한' 것들을 그냥 신기하게만 보거나 이상하다고 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상함'이 세상을 더욱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독자들은 아주 신기하고 특별하고, 가끔은 엉뚱해서 더 놀라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실패한 발명품만 모아둔 박물관, 평생 바나나 껍질만 모으는 사람, 흙을 먹는 동물 이야기처럼요. 이 책에는 이렇게 끝없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창의력보다는 다른 친구와 '비교'하면서 맞춰나가기에 급급했는데, 이런 쪽으로도 방향을 틀어봐야겠습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좀 더 소중히 해야겠습니다.
이 서평은 네이버카페 북유럽(BOOK U LOVE)의
소개로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