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낱 꿈이어라. 나비잠..

나비잠
이란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7월

가끔, 책 읽기에 무력함이 밀려 올때쯤이면 찾게되는 로맨스.  현대 로맨스는 너무 현실적인것 같고, 어떨땐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끝간데 모를 표현에 왠지 식상함이 묻어 나는것 같아 많이 읽지는 않는다.  언젠가 우연히 마주 하게된 역사 로맨스.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야말로 픽션이지만,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묘하게도 가끔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조선이 낳은 비운의 여류 시인이자, 기생이었던 매창과 염문을 뿌린 당대 최고의 사내들의 꿈같은 사랑 이야기이다.  조선의 대시인 유희경, 혁명가 허균, 난세의 무게에 짓눌린 왕까지... 모두 그녀를 사랑했으되, 아무도 그녀를 차지하지 못했다 (책 뒤 표지글)

 

이 글로 인해, 또는 로맨스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너무 큰 개댜를 안고 읽기 시작한 탓일까?  생각만큼 진도도 안나가고...로맨스라는 명목의 책을 손으로 쪼물딱 거려보긴 첨인듯 싶다.

 

 

소설속 허균은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혁명가로 등장한다.  기생들의 치마폭에 둘러싸여 술과 여자로 하루하루를 사는 그가 매창을 사랑하게 된다.  그 방탕한 새활을 하는 허균마저 쉽게 그녀를 범하지 못한다.  이런 그를 그녀또한 정인으로 여기며 사랑하게 된다.  너무 고고한 학같은 그녀다.  이 둘의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며 질투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광해군이다.  궁궐을 나와 사가에 살던 어린시절 부터 매창을 보아온 광해.  임금이 되었어도 매창을 먼눈으로 지켜보며 사랑을 키운다.  이처럼 당대 최고의 사내들과의 염문으로 좀 더 극적인 내용을 기대 했건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신관사또는 매창이 수청을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그녀를 죽이려 하는데, 이부분 역시 너무 신파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매창이 적어낸 한시를 아전 하나가 신관사또 앞으로 가져갔다.  마침내 그것은 그녀의 시가 궁금해 안달이 난 유생들 앞에 내 걸렸다.

     봄비 부슬부슬 연못가에 옷도 입지 못함 서러워

     풀 섶에서 뱀 만나니 날지 못함 한하노라.

     사람이 개구리처럼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생애 얻을 수만 있다면

     백이와 숙제도 수양산의 고사리조차 먹지 않았을 것이다.   p85

 

"네 시재가 뛰어나다 들었으니, 오늘 밤새 운우의 정이나 나누면서 주거니 받거니 어떠냔 말이다."

"그럼...이년, 시로 답하지요."

     떠돌며 밥 얻어먹는 법이라곤 평생 배우지 않고

     매화나무 창가에 비치는 달 그림자만 나홀로 사랑했지.

     고요히 살려는 나의 뜻을 그대는 알지 못하고

     뜬구름이라 손가락질 하며 잘못 알고 있어라.

허균이 짝짝 박수를 치며 정철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아쉽게도 천하의 송강 대감이 차인 것 같습니다?"  p163

 

 

책 읽기에 한템포 쉬어가려 집었던 책이었건만 왠지모를 답답함에 너무 오래 책을 잡고 있은듯 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매창의 한시에 조금의 여유와 한시의 느낌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것 같다.

 

서바이벌의 진수! 캣칭파이어

캣칭 파이어 ㅣ 헝거 게임 시리즈 2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9월

사실, 기대만큼 크게 다가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1편인 "헝거게임"은 책을 펼치자마자 쏘옥 빨려 들어서 정신없이 읽었던 반면, 이 책은 일주일을 주물럭 거려서일까?  초반에 진도를 못빼고 오래 갖고 있었던 것이 너무 아쉽다.  그러나 중반이후 다시 이어지는 헝거게임에 다시한번 1편의 조마조마함,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읽었던것 같다.

 

한 나라의 식민지하에 있는 12개의 구역.  해마다 12개 구역에서는 남녀각1명씩 조공인을 뽑아 헝거게임을 치룬다.  모두 24명이 단 한명이 살아 남을때까지 서바이벌로 펼쳐지는 헝거게임.  헝거게임은 온나라에 TV로 방송이 나간다.  조공인들에게는 생사를 다투는 위험한 싸움이지만,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즐기는 하나의 게임.  정말 소름끼치는 설정이다. 

 

 

비가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비가 쏟아졌던 곳에서 안개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온다.  그런데 이 안개는 어딘가 이상하다.  보통의 안개라고 보기에는 너무 일정한 모습으로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면.......

곧 달큰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하고, 나는 다른 사람들을 흔들어 깨우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을 깨우는 짧은 몇 초 동안 내 몸에는 수포가 잡혔다.  안개의 미세한 물방울이 닿는 곳마다 작은 물집이 생기며 타는 듯한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뛰어!"  나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뛰어!!"  page 286

 

 

12구역에서 조공인으로 뽑힌 캣니스와 피타! 둘은 서로 안면만 있는 사이였으나,  헝거게임을 통해 서로 아끼는 사이가 된다.   헝거게임의 우승자로 평온하게 살아가던 두사람에게 닥쳐온 또하나의 시련.  매25주년 기념때마다 특별한 헝거게임을 해 왔으나 올해는 전년 우승자중에서 조공인을 뽑는다는 소식에 캣니스는 모든 희망을 잃는다.  다른 우승자들 역시 마찬가지... 캣니스의 우승으로 각 구역에서 반란의 조짐이 보이던 때 이런 헝거게임을 제안한 캐피톨에  크게 실망한 우승자들은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캣니스와 피타는 알지못하는 위험한 계획.

 

 

    받아들이기에 너무 엄청난 이야기다.  내가 헝거 게임의 한 부분에 불과했던 것처럼,  나는 이 정교한 계획에서도 그저 한 부분이었   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알려 주지도 않고 나를 이용했다.  적어도 헝거게임을 할 때는 내가 그들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했었는데. 

"저한테 말 안 하셨잖아요."

"너 한테도, 피타 한테도 말 안 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어.  내가 너에게 시계를 보여 줬던 무분별한 행동을 네가 게임 중에 발설할까봐 걱정하기까지 했는걸.  물론 내가 이걸(시계) 보여 줬을때는 경기장 모양에 대해 힌트를 준 거였어."

"왜 피타와 저한테는 알려 주지 않았는지 아직 이해가 안 되는데요."

"역장이 폭발하면 그들은 너희를 제일 먼저 잡으려 할 테니까.  그리고 네가 적게 알수록 더 좋았다."  Page 374

 

 

몇몇구역의 조공인들과 멘터들은 반란의 중심에 있었던 캣니스를 지키기위해 노력했고,  캐피톨은 반란의 중심에 있는 캣니스를 없애기 위해 이 헝거게임을 계획했던 것이다.  이 특별한 헝거게임이 시작된뒤,  캐피톨은 캣니스의 동생과 엄마가 살고있는 12구역을 폭파했다.  그리고 피타는 캐피톨에 잡혀갔다.  과연,  이 시리즈의 마지막 3편은 어떤 내용들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몰려온다.

뉴욕에서

뉴욕에서 - 문화 관찰자 이상은의 뉴욕 이야기
이상은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8월

아직 뉴욕에 관한 여행 에세이를 접해 보지 못한나.  한창 인기를 누리던 가수시절, 키크고 시원스럽게 노래하던 그녀가 뉴욕에 관한 책을 냈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다.  물론, 뉴욕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녀의 생활도 궁금 했으리라.  연령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그동안 그녀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무슨 일로 그 오랜 시간을 엮으며 지내왔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큰 기대감을 안고 그녀의 책을 펼쳤다.

 

책이 내손에 들어 왔을땐 보통 책들과는 크기가 다른,  한권의 잡지같은 크기의 책이었음에 멋스런 포토들과 감성적인 글들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보통 여행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녀 이상은이 문화관찰자의 시선으로 본 뉴욕이라는 책소개에 걸맞는 듯한 내용이다.  우선, 보통 여행자들이 둘러보곤 하는 유명 관광지나,  건물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뉴욕에서 즐길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SOHO,  UNION SQUARE,  WILLIAMSBURG,  BLEEKER STREET,  EAST VILLAGE,  CHELSEA,  MEAT PACKING,  등등 그곳에서 즐길수 있는 꺼리(?) 그리고,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 등등, 책 구석구석에  그녀가 둘러본 가게들이 상세하게 주소까지 적혀있다.

 

 
 

 

과연, 일반 여행객들이 이 가게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하나하나 소개해준 정성에 감사드린다.

 

"뉴욕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진짜 뉴요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드디어 관광객에서 여행자로 변신한 것 같다고 할까?  뉴욕에 온 이유는 각기 다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다.  잠시라도 여기 사람이 되어보는 것. "  page 99

 

"뉴욕은 아주 털털한 곳이다.  이민자가 노동으로 일군 지역이어서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없고, 심지어 웬만한 화이트 칼라보다 노동자의 수입이 더 많은 곳이 뉴욕이다 ."  page 148

 

 
 책표지와 크기의 고급스러움에 비해, 그녀의 감성담긴 이야기가 부족한듯 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14집 음반을 제작한 곳을 책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다.  시원시원한 그녀의 음악이 다시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