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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00% 페이백/10년 대여]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총2권/완결/세트)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처음 이 책을 받았을때 딸아이가 다짜고짜 "나 이거 읽을래"라고 했다. 대체 뭘 보고? 책도 잘 안 읽는 녀석이? 했더니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란다. 이처럼 때로는 책 표지가 우리에게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나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는 요즘, 핑크핑크한 표지에 순정만화같은 일러스트가 겨울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을 사르르 녹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나도 다른책 다 미뤄두고 이 책부터 손에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내 맘에도 따스한 봄이 오는듯 간지러운 느낌도 났고, 뭔가 가슴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응어리가 시원하게 터지는것 같기도 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즐겨 읽는 가슴 절절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내맘을 쥐고 흔들만큼 따뜻한 이야기는 맞았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건물 청소일을 하고 있는 카미유.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소질로 인해 자신을 망쳤다 생각하고 그림도 그리지 않고 스스로 망가져가고 있는 그녀는 난방도 되지않는 꼭대기층에 살고있다. 볼품없는 깡마른 몸으로 밤마다 청소일을 하고 잘 먹지도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신의 차가운 방에서 아픔을 견디다 못해 기력이 거의 소진될즈음 필리베르란 착한남자가 그녀를 구한다. 무너져가는 귀족가문의 아들인 필리베르는 가족이 살던 집을 지키기위해 혼자 저택에서 살고 있다. 말더듬이에 자존감도 뭣도 없이 그저 착하기만 한 필리베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요리사 프랑크와 동거중이었다. 가족이라고는 늙고 병든 할머니밖에 없는 프랑크는 불우한 어린시절탓에 세상엔 불만 투성이이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너무나 거칠다. 이렇게 전혀 다른듯하지만 비슷한 세사람이 필리베르네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사람들.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카미유, 프랑크, 필리베르. 세 사람의 동거가 어떻게 이어질지 사뭇 궁금하다.
얼마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참 재미있다. 전작에서도 참 대화가 많구나 느꼈었는데 내가 보는 주관적인 견해로 작가의 특징이 아닐까싶다. 프랑스소설은 장르소설 말고는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쉽게 읽혀서 또 한명의 완소작가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야기는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외에도 프랑크 할머니를 통해 노인들에 대한 삶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뜬금없는 카미유의 권유로 양로원에 살기 싫어하는 프랑크의 할머니가 그들의 또다른 동거인이 되었다. 말라깽이 카미유를 위해 음식을 해다나르는 프랑크는 사랑인지 우정인지 연민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랑이겠지? 또한 몰락하는 귀족가문인 필리베르의 집에 초대되어 갔을때 귀족가문이랍시고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식기에 나온 싸구려 통조림요리를 보고 경악하며 되려 멋진 요리를 만들어준 프랑크를 보면서 필리베르를 향한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자기삶과 세상에 불만이 많았던 프랑크는 필리베르와 카미유로 인해 다시 태어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프랑크에게 카미유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자기만의 알집속에 자신을 우겨넣고 깨어나오려 하지 않는 카미유를 향해 프랑크가 멋진 말을 남긴다.
"주먹을 쥐고, 등을 둥글리고, 팔을 구부려서 포갠 다음 네 턱밑으로 가져 가는거야. 자아, 이렇게..."
그녀가 놀라서 물었다.
"왜 그러는 건데?"
"왜냐하면...네 살가죽이 터지게 해야 하거든. 그 살가죽은 너한테 너무 작아...보라고, 그런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으니까 숨이 막히잖아. 넌 이제 거기에서 나와야 해. 자아, 어서 해봐...네 등가죽이 솔기처럼 빠지직 하고 뜯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 (373,3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