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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생각지도 않았던 프랑스 소설을 몇권 읽게 되었다. 프랑스소설 하면 일단 무겁고 딱딱할것 같고 어려울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들은 다 의외로 너무 재미있고 쉽게 읽었다.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다. 특히 오늘 읽은 <나 여기 있어요>는 쉽게 읽히면서도 내 맘속 깊은곳의 어딘가를 뾰족한 바늘로 찌르는듯한 찌릿함이 느껴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혼수 상태인 몸에 갇힌 여자, 그리고 마음의 문이 굳게 닫힌 남자. 전혀 어울릴 수 없을것 같은 이 두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면? 엘자는 겨울산을 등반하다 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가 된다. 하지만 외부의 소리를 듣는것은 가능하다. 가족들이 왔다가고 의사들이 그녀에 대해 절망적인 말을 할때에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을뿐이다. 동생이 와서 5분정도 날씨에 대해, 간호사에 대해 떠들다 가는 소리로 그날그날의 상황을 판단하고 매일 밤 청소아주머니가 틀어놓는 라디오 소리에 날짜를 대충 헤아려볼 뿐이다.
그리고 티보. 티보의 동생은 음주운전으로 10대 소녀 둘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런 동생이 보기 싫어 엄마와 병문안을 오면 엄마만 동생병실로 들여보내고 자신은 엄마가 나올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연히 들어선 곳이 바로 엘자의 병실이다. 엘자에게서 풍겨나오는 재스민향은 티보의 마음을 안정되게 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반응을 할 수 없는 엘자지만) 엘자가 편안하기만 하다. 엘자 또한 자신에게 이토록 친근하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티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지는 못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몇개월 전 부터 즐겨보는 메디컬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서도 종종 치료중 혼수상태에 빠지는 환자들이 생긴다. 부인이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부인이 사전에 써놓은 연명장치로 생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바탕으로 병원에서는 장치를 끄겠다고 하고 남편은 몇일을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하지만 결국은 병원 절차상 연명장치를 끄게되었고 남편은 몇일 후 다시 찾아와 병원의 의사들을 무자비하게 보이는대로 총살을 시키는 끔찍한 내용의 방송을 보았다. 엘자 역시 의사들은 전혀 가망이 없다하여 연명장치를 끄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저렇게 멀쩡하게 남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사람을 죽이자니...책을 읽는 내 맘이 다 조마조마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사랑은 힘은 가히 과학적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가족들도 느끼지 못하는 엘자의 외침을 티보는 느낀다.
이야기의 전개는 엘자와 티보의 감정이 한챕터씩 교차되어 서술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서술 방식이다. 일방적인 시선으로서의 서술보다 이렇게 두 사람의 감정을 순간순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작가가 페이지터너로 호평을 받고 있다는 말이 사실임을 이 책을 읽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책장이 진짜 술술 잘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