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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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개봉한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우와 이 책...책을 읽고 나니 꼭 영화를 찾아봐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동네 영화관에선 너무 빨리 내려가 버렸다. 더구나 46년전인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동명영화도 있다고 하니 두 영화 다 꼭 찾아봐야 겠다.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한사람 한사람의 시점에서 전개되어지는 부분을 읽을때마다 마치 내가 이들로 빙의되는듯한 기분이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부상을 당한 북부의 군인인 존 맥버니는 숲속에서 낙오되었고 그런 맥버니를 적진인 남부의 판즈워스 여학교에 다니는 어밀리아가 발견해 학교로 데리고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쟁으로 인해 학교의 학생들은 거의 다 떠나고 학교의 교장인 마사와 그녀의 여동생이면서 역시 학교의 교사인 해리엇을 비롯하여 여학생 5명과 흑인노예 매티까지 모두 8명의 여자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남자인 존 맥버니. 이렇게 소설속에는 총 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판즈워스 학교는 유서깊은 판즈워스 집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명문가 아가씨로 자란 마사와 해리엇이 가진, 몰락한 판즈워스가에서 유일하게 남은 재산이었다. 그렇게 유서깊은 학교인만큼 이곳 학생들 또한 부잣집에서 자란, 미모와 지성을 두루 갖춘 숙녀들이었다. 그러나 존 맥버니의 등장으로 마사를 비롯한 모든 숙녀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에드위나, 당신에 대한 감정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설마 날 못 믿는 건가요?"

"방이 어디에요? 내가 당신 방으로 갈게요. 얼리샤"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한 명의 남자로 인해 한마디로 인생이 꼬인다. 맥버니는 스무살의 어린 청년이지만 부상을 당했고 자신의 영역이 아닌 적진인지라 살아남기 위함이었을까 소녀들 한명한명을 대할때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말들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정숙한 숙녀들로 보였던 소녀들이 맥버니와 대화를 하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으며 그런 서로를 또 질투하며 해서는 안되는 다른사람의 험담까지 서슴없이 맥버니에게 털어놓는다. 부상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게 된 맥버니는 지독한 고통과 상실감으로 학교의 창고에 보관된 와인을 훔쳐마시고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다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소녀들이 자신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꼬투리삼아 오히려 한사람 한사람 공격하기에 이른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자인 이 소설의 작가는 남자이다. 여자들의 내면을 어쩜 이리도 섬세하게 묘사했을까 싶었는데 작가가 남자였다니 믿기지 않았다. 마사에서 부터 흑인노예인 매티까지 한사람 한사람 각각의 시점에서 전개되어지는 이야기의 구성도 정말 좋았다. 영화를 꼭 봐야지 했지만 어쩌면 내 상상속의 그녀들을 그대로 기억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계획과는 달리 그녀들만의 무언의 대화로 자연스럽게 이른 섬뜩한 결말.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그와의 싸움에서 처절한 응징없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이 된것 같아 다행스럽긴 했지만 여자들이 참 무섭긴 무섭다.

이 모든 아름다운 동료애의 중심에는 맥버니 상병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가 얼마나 놀라운 가수이자 훌륭한 기독교인인지 또 얼마나 용감한 청년인지 말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리는 맥버니 상병에게 흠을 찾을 수 없었다. 꼭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그런 감정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는 그의 결함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돈과 정조와 목숨까지 그에게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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