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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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런 코벤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은 [아들의 방]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일단 상당히 책의 내용이 "산만"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 사건이 발생하는데 도저히 이 이야기들이 전부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리라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였죠. 그러나 작가의 책을 한, 두권만 읽어보면 이것이 바로 할런 코벤의 스타일이다 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이 작가에게 비호감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에 할런 코벤에게 빠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가 한가닥의 실로 쫙 풀릴때의 그 쾌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런지!

오늘 읽은 <단 한번의 시선>은 작가의 비교적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할런 코벤이다 라는걸 확실히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할런 코벤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은 2006년도에 두 권으로 분권되어 첫 출간이 되었고 10여년 만에 합본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사진현상소에서 찾아온 사진 뭉치 속에 끼어 있던 15년전의 사진. 그 사진 한장으로 시작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정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15년전, 보스턴 대학살이라는 무자비한 총기난사 사건에서 많은 인명이 죽었고 그 와중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레이스는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가끔은 시달리고 있지만 좋은 남편을 만나 두 아이와 함께 더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오래전 사진이 한장 쥐어졌고 그 사진에는 자신의 남편과 함께 다섯명의 젊은 남녀가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남편인 잭에게 보여주자 잭은 그날 밤 말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레이스와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했던 잭이 이렇게 말없이 사라져 버리다니...그레이스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도 용납이 되지도 않았죠. 그래서 그 사진속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인지 예견된 사실인지 그 사진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죽었거나,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역시 스릴러의 묘미는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할런 코벤의 소설은 수백피스의 어질러진 퍼즐을 몇시간에 걸쳐 끼워 맞추고 마지막 하나를 끼울때의 그 쾌감처럼 수백페이지의 두꺼운 책속에서 마지막 몇페이지에 담긴 짜릿한 반전을 확실히 느낄수 있습니다. 더구나 <단 한번의 시선>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마지막 한 장까지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이 작가의 책을 많이 읽다보면 이런 거미줄식 플롯이 매번 비슷하게 느껴져 조금 신선함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지 척!!!

남자는 파란색 벨루어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그는 안에 셔츠를 받쳐 입지 않았다. 맨 가슴엔 털이 무성하게 나 있었다. 그는 덩치가 컸고, 우락부락했다. 우가 오른손을 뻗어 남자의 뒤통수에 댔다. 그러고 나서 뒤통수를 잡은 손을 홱 잡아당기는 동시에 왼쪽 팔꿈치로 남자의 후골을 깊게 찔러넣었다. 그의 목이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숨통이 나뭇가지 부러지듯 무너졌다. 남자가 푹 고꾸라졌다. 그의 몸은 꼭 선창에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심하게 뒤틀렸다. 우가 그를 밀쳐내며 밴 안으로 들어갔다. (442쪽)

그녀는 가까스로 두 팔을 앞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남자는 어느새 그녀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두 사람의 간격은 1.5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녀가 무었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입을 쩍 벌린 채 남자의 오른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손을 폈다. 그의 옆으로 잭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4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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