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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은...떠난 사람이 아플까, 남겨진 사람이 아플까. 떠난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떠났던, 지금 사랑이 지겨워져서 떠났던 싫어져서 떠났던, 어떤이유라도 있어서 떠났으므로 주관적인 내 생각으로는 남겨진 사람이 훨씬 아플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피에르는 “우리는 언제나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만 말하지.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의 괴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니?” 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참으로 이기적인 말이구나, 생각했지만 곰곰히 새겨서 읽다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듯해 보입니다. 사랑에 정답은 없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사랑은 참 어렵습니다.
클로에의 남편이자 피에르의 아들인 아드리앵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이에 피에르는 클로에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며 클로에와 두 아이를 데리고 시골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드리앵처럼 부인을 두고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된 피에르. 그렇지만 그는 아들과는 다른길을 택했습니다. 아들은 부인을 두고 집을 나갔지만 피에르는 그가 사랑했던 여자 마틸드에게 절대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마틸드의 입장에서 보면 이 남자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남자입니다. 마틸드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가진것은 하나도 버리려 하지 않았던 피에르. 좋은 남자를 만났더라면 하기 싫어도 하게될 평범한 일들을 피에르와 하고 싶었던 마틸드는 결국 피에르를 떠나게 됩니다.
사랑을 잃은 클로에, 사랑을 놓친 피에르, 그리고 사랑을 떠난 마틸드...불륜은 드라마나 영화속 아주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소설같은, 또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어쩌면 소설보다, 영화보다 더 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저 한 순간의 불장난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들중에는 진심으로 사랑이라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것입니다. 얼마전 영화감독과 젊은 여배우의 도피행각도 다들 영화감독의 남겨진 가족들이 안쓰러워 손가락질 하며 욕하지만 그들에게는 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요...라고 쓰고 있지만 저는 참 개인적으로 용서가 안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네요. ㅎㅎ
모든일에는 양면의 결과가 있듯, 피에르가 선택한 그 결과도 마틸드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고 나쁜놈이지만 피에르의 부인 입장에서 보면 또 어쩌면 다행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들에게 버림받은 며느리에게 자신이 겪은 불륜이야기를 해주는 시아버지라니, 참 상황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는 클로에를 보며 상처를 무조건 꼬매고 덮어서 치유하기 보다는 벌어진 상처를 곪지않게 더 잘 벌려 속부터 치료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무려 15년전에 첫 출간이 된 책이며 숱한 재출간요청으로 다시 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안나 가발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류작가라고 하는데 저는 이 작가분 책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났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묘한 매력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암튼 거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을 지루할틈 없이 읽었습니다.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용기. 우리 인생에서 적어도 한 번은 그런 용기를 내야 돼. 오로지 자기 혼자서 자신과 맞서야 할 때가 있는 거라고. '잘못을 저지를 권리', 말은 간단하지. 하지만 누가 우리에게 그걸 주겠어? 아무도 없어. 있다면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야. (99쪽)
그건 점선으로 이어진 삶이었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없다가 무언가가 있고, 다시 아무것도 없다가 무언가가 있고, 그러고 나면 또다시 아무것도 없고 그랬어.....그래서 세월이 아주 빨리 지나갔지....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일이 겨우 한 철밖에 지속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 철도 아니고 그저 한 줄기 바람, 하나의 신기루였던 것 같아....우리에게는 일상의 삶이 빠져 있었어. 다른 무엇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마틸드가 고통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 (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