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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ㅣ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평점 :
스릴러라 함은 심장이 쫄깃쫄깃 해질만큼 긴장감이 넘치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살인을 밥먹듯이 하며, 그 살인이라는 것도 썰고 베고 피철철...이런류의 이야기를 나는 흔히 스릴러라 합니다. 그러한 이유때문에(?) 즐겨 읽는 장르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오늘 읽은 이 책은 과연 스릴러라는 장르에 갖다 붙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굳이 "감성적 스릴러"라는 제목을 달아 꼭 갖다 붙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요 네스뵈의 책이니까요. 너무나 쎈 스릴러에 익숙해져 있는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분들은 좀 약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실겁니다. 하지만 저는 쎈걸 좋아하는 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울프라는 남자. 킬러라고 하기엔 너무나 약해빠진 그 남자에게는 빠져나올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전작인 <블러드 온 스노우>에 등장했던 올라브. 그는 그가 모시던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면서 보스를 배신하게 되고 궁지에 몰리자 암흑가의 인물인 "뱃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죠. 그 "뱃사람"의 부하로 있던 울프. <미드나잇 선>은 이 울프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같은 사람인가 싶었을 만큼 올라브와 울프는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울프 또한 자신의 보스인 "뱃사람"을 배신하고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킬러인 울프는 상대방의 눈을 보게되면 총을 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는 나약한 남자입니다. 보스가 죽이라는 인물을 찾아가 총을 쏘기 직전 그 남자의 눈을 봐버린 울프는 오히려 그 남자가 제시한 조건을 수락함으로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자신을 추격해오는 뱃사람으로부터 피해 한 밤중에 내린곳은 노르웨이 최북단 핀마르크고원의 코순이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한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향해 눈을 찡그려야하는 백야의 땅. 종교가 지배하는, 폐쇄된 조그만 마을 코순. 도망자가 숨어 지내기엔 왠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레아와 그녀의 아들인 크누트의 도움으로 사방이 훤히 트인 곳에 덩그러니 있는 오두막에 숨어 지내게 된 울프. 이 마을에서 과연 그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우린 살면서 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려고 하거든.
그러니까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많아.
심지어 후타바야마도 연승 행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졌지.
그러니까 앞으로 더 자주 하게 될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니?
스릴스릴하고 심장 쫄깃함은 부족했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 참 정감이 가고 배경에서는 왠지모를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얼마전 보았던 영화 <레버넌트>에서 글래스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죽은말의 내장을 들어내고 그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는데요, 자신의 뒤꿈치까지 쫓아온 뱃사람의 부하를 피해 죽은 순록의 내장을 들어내고 그 속에 숨은 울프도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가족으로 부터, 그리고 사랑으로 부터 늘 도망만 해 오던 울프의 삶. 어쩌면 지금의 도망 역시 킬러보다 그에게 어울리는 삶이었을까요. 올라브도 울프도 사랑하지 않아야 할 여인들을 사랑합니다. 올라브는 그 사랑으로 인해 파멸했을지 모르지만 울프도 그럴까요. 어쨌든 두 사람은 다른듯하면서도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범죄발생율이 정말 낮다고 하는 북유럽. 북유럽에서도 노르웨이 오슬로의 1970년대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편 이야기도 너무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