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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ㅣ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외갓댁을 자주 갔어요. 옛날집치곤 꽤 큰 대가집 같은 분위기의 집이었어요. 마당도 무지 넓고, 대문 옆으론 헛간도 있었고 본채 뒤로는 바로 산이었는데 산과 집 뒷부분이 맞닿는 부분엔 약 1미터 넓이의 공간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좀 넓은 통로가 있어요. 각 방엔 앞쪽으로 문이 나 있지만 산이 보이는 뒷쪽으로도 문이 나 있어요. 그래서 여름엔 앞,뒤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요. 그리고 마당에서 집을 넘어 산을 바라보면 큰 나무 하나가 보였는데 그 나무가 꼭 기린모양이라 바람불어 나무가 흔들흔들 거리면 기린이 움직이는것 같다고 언니랑 나는 늘 그 산을 바라보며 놀기도 했어요. 엄마는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10살정도의 어린나이였는데 남동생을 데리고 그 산으로 피신해서 숨어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때를 상상하니 왜 이렇게 맘이 몽글몽글 해지는지 그때가 너무 그리워집니다.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 다 돌아가시고 그 집도 다른사람이 살고 있겠지만 언젠가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지네요.
미쓰다 신조...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작가분은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소름이 오소소 돋는듯 합니다. 저는 이 작가분의 책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명 "도조겐야 시리즈"로 처음 만났는데요. 저는 이 시리즈도 처음 접할 때 무지무지 떨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저히 밤에는 책을 가까이 조차 둘 수 없었지요. 그치만 이 시리즈를 두고 이웃분이 "제일 무섭지 않은 시리즈"라고 하더구만요. ㅋ 하지만 저도 이젠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듯 합니다. 오늘 읽은 책 <흉가>를 받기전 어마어마하게 무섭다고 다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겁을 잔뜩 집어먹고 책을 펼쳤는데...무섭긴 무서워요. 꿈에 나올것 같아요. 그치만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무섭지만 책장이 막 넘어가더라구요. 이런 묘한 경험 처음이야~
쇼타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해 지방 소도시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집은 산중턱에 자리잡은 단독주택인데요. 그곳으로 이사하며 쇼타는 가끔 안좋은 일이 생기기전 느꼈던 불길한 느낌을 계속 받게 됩니다. 그런데 또 집안 구석구석 어두운 곳에서 사람의 형체가 가끔 보이기도 합니다. 거기다 동생 모모미는 분명 혼자 방에서 놀았는데 정체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와서 같이 놀았다고 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그러던중 쇼타는 음침함으로 둘러싸여 있는 저택에 혼자 살고 있는 노파의 집을 우연히 들어갔다가 어느 소녀가 남긴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소녀는 바로 지금 쇼타가 살고있는 집에 살았던 소녀입니다. 일기장엔 쇼타와 쇼타의 동생이 경험한 그런일들을 그 소녀도 똑같이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와 마지막엔 그 집에서 탈출하라는 절박한 메세지를 발견하게 되죠. 어둠에 가득 뒤덮인 노파의 저택에서 노파 또는 다른 무엇에게 쫓기는 장면이나 정말 좋은 친구같은 코헤이의 옆집에 살고 있는 뱀신에 빙의되어버린 여자에게 쫓기는 장면들이 아주 실감나게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로 보면 정말 악 소리 날 정도일것 같아요. 영화는 절대 못보죠...ㅠ
<흉가>를 읽다보니 그 집이 꼭 우리 외갓댁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쇼타의 집처럼 이 집만 외따로 떨어져 있진 않았고, 그 산이 도도산처럼 뭔가 영이 깃든 산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냥 그 집이 외갓집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밤에는 우리 외갓집도 참 무서웠던 기억이 나네요. 산과 이어지는 집뒤의 그 공간은 낮에는 숨바꼭질 하는데 최적의 장소였지만 밤에는 그곳에서 바스락 소리라도 날라치면 잠이 싹 달아나기도 했으니까요. 아무튼 예전부터 집에 얽힌 이야기는 참 무서웠습니다. 더군다나 그 집이 흉가라면...
2층 베란다, 1층 복도 구석 뒷문, 1층 다다미방까지 세 곳에서 사람의 형체를 보았는데, 어쩌면 전부 다른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베란다와 다다미방은 어린아이, 뒷문 쪽은 어른 같기도 했다. 아니, 다다미방은 노인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거실에도 있다. 사람의 형체는 없었지만, 쇼타는 물론 토코도 괴이한 체험을 했다. 그곳에도 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저 집에서 살해된 것은 한 사람이 아니다...(176, 177쪽)
<흉가>는 미쓰다 신조의 "집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흉가<凶家>, 화가<禍家>, 재원<災苑>으로 이어지는 집 3부작 시리즈는 집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우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집이라는 것인데 늘 함께하는 이 집에서의 괴이한 일들은 평상시 생활하면서도 문득문득 생각이 날것 같아 두렵긴 합니다. 실제로 흉가를 읽던 날 밤, 거의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는데 결국은 불켜고 음악까지 켜놓고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는...방 구석 어두운곳에 뭔가 있는듯한 느낌이...으으..으악!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 쫄깃한 느낌을 즐기고 싶어집니다. 자꾸 더 강한것을 찾게 되는 심리를 이제는 좀 알것 같아요. 올 여름 두번째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무척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