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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1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또 다른 이야기 ㅣ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연애소설을 읽었습니다. 사실, 전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처음 출간이 되었을때 워낙에 입소문이 자자해서 저도 한 번 읽어보았죠. 책이 1부에서 3부까지 총 6권인데 1부의 1권만 읽었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건 영~ 내 취향이 아니다. 이런걸 뭐가 좋다고 읽는지 참 의아해 하면서 1권만 읽고 땡. 그러고 나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리즈가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의 시각에서 쓰여진 이야기라면 남주인공 "크리스천"의 시각에서 쓰여졌다고 하는 <그레이>가 내 손에 들어오는 바람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권을 다시 펼쳐보았죠.
근데 이게 처음 읽을때랑 느낌이 다른거에요. 책 속에 나오는 크리스천이 행하는 행위들을 1권을 볼 때는 색안경을 끼고 본것 같아요. 2권을 읽을땐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뭐랄까, 크리스천의 다른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건 그의 독특한 취향이면서도 뭔가 암울했던 어린시절을 겪으며 그속에 웅크리고 있던 어두운 기억들을 몰아내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라는 느낌? 이 느낌은 <그레이>를 읽으며 더 한층 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트라우마로 가득찬 그의 어린시절이 아나스타샤로 인해 지워져가는 모습이 참 흐뭇했는데 아나스타샤가 떠나 버린 후 더욱 처참해진 그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죠.
그렇게 1부의 2권과 2부의 1권 중반까지 읽었을때 <그레이>를 읽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아나스타샤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야기와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쓰여진 이야기는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같은 여자의 입장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아냐스타샤의 관점이 훨씬 괜찮았던것 같았어요. <그레이>는 관점도 관점이지만 크리스천의 암울했던 어린시절을 많이 상기시켜 줍니다. 하루하루를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가던 그가 아나스타샤를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변하고 있었던 거죠. 그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어왔지만 그런 변화를 느낀건 처음이었거든요. 꽃과 심장을 원했던 아나스타샤와 그저 관계만을 원했던 크리스천.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 아나스타샤가 그를 떠난 후 일주일동안 크리스천의 심정을 전작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반면 <그레이>에서는 아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읽으며 같은 내용이라도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이구나 했었죠.
이 <그레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저는 아직 못 읽었지만 전작 3부인 <50가지 그림자, 해방>에서 크리스천의 시점으로 먼저 선을 보였다고 하네요. 에피소드식으로 약간 다루었던것 같은데 거기에 크리스천의 내면을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거죠. 근데 이 두 권이 그림자 3부작중 1부 2권과 2부 1권의 초반부까지의 내용인데 그 이후의 내용도 나올까요? 좀 궁금하긴 합니다. 영화도 3부작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올해 초에 개봉한 1부는 다들 평이 쏘쏘해서 저는 패쑤했어요. 아무래도 로맨스소설은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과대 상상하며 읽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랑 맞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긴 하죠. 예전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란 드라마를 보고 책이랑 이미지가 너무 너무 달라서 초실망했던때가 떠올라서 말이죠. 망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