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인연의 사살...[꽃사슬] - 미나토 가나에

꽃 사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듯 미나토가나에 하면 '고백'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죠. 저는 '속죄'도 참 재밌게 읽었는데 말입니다. 고백, 속죄, 소녀로 이어지는 두자리 제목으로도 이슈가 될만큼 그녀는 유명세를 톡톡히 타기도 했죠. '고백'이라는 작품이 워낙 강렬하기도 했지만 제가 소녀를 읽으려고 할 즈음, 독자들의 평이 좋지않아 소녀 포함 나머지 그 이후에 발간되는 책들은 <왕복서간>과 <경우> 그리고 <야행관람차>를 제외하곤 읽지를 못했습니다. 실로 <경우>이후 거의 2년여만에 만나보는 미나토가나에의 책. 일단 전작들이 어떠했던, 제가 읽었던 책들은 그나마 괜찮았기에 <꽃사슬>이란 책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작가 스스로 작가인생의 "제 2막"을 여는 작품이라고 하였으니 그 기대감은 두배...

역시 글 쓰는 사람들은 머리가 비상(?)해야 하는것 같아요. 사건의 구성이나 전개를 아주 치밀하게 짜놓은​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을때면 항상 느끼는거지만 말입니다.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와...이 작가도 역시나 머리가 비상하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물론, 당연하겠지만요.) 어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지, 진짜 상상도 못했네요. 이야기 속에는 꽃(花), 달(月), 눈(雪)을 의미하는 세명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죠.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서 생활비가 필요한데, 모시고 사는 외할머니 마저 위암판정을 받아 급히 수술비가 필요한 리카, 꽃(花). 자신의 피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이제는 잊고 싶은 사람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쓰키, 달(月). 행복한 결혼생활중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게 된 미유키, 눈(雪). 이렇게 내용은 전혀 연관이 없는 세 사람의 각자의 이야기로 전개가 됩니다. 단 한가지, 세 사람을 연결하는 공통의 매개체가 등장하긴 합니다. 바로 매향당에서 팔고있는 "긴쓰바"라는 일본의 전통 화과자인데요, 팥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무척이나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리카에겐 키다리아저씨같은 "K"라는 인물.

아무튼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세 여인이 어느순간 딱 연결고리를 걸고 줄줄이 끼워 맞춰지다니요. 이런 이야기 전개는 볼때마다 감탄스럽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고백> 이나 <속죄>에서 처럼 누군가 죽고 그 죽음을 파헤치는 살인 미스터리가 아닌데도 왠지 섬뜩해지는 느낌이라니...​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내면을 파고드는, 정이 흠뻑 묻어나는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분명 뭔가 이 세 여인의 연결고리가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혀 예상밖의 전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꽃집과 함께 매향당의 긴쓰바가 각 여인의 이야기마다 등장하므로 당연히 동시대의 서로 다른 여인들이려니 했던 저의 생각은 무참히도....

사람은 생각도 못 한 곳에서 서로 연결되어서, 한 번 사슬을 끊어도 다른 곳에서 연결되어 있나봐요. (본문중)​

그리고 세명 여성의 각각의 이야기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재미와 흥미로움을 충분히 선사해 줍니다. 부모님과 묘령의 남자 "K"에 얽힌 비밀을 알고 싶은 리카와 자신의 결단에 한 남자의 목숨이 달려있는 사쓰키,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남편을 위해 울분을 토해내는 미유키는 서로 어떤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지,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질기고도 신기한것이어서 지금 현재 나의 인연들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모임에서 아는 사람을 다른 모임에서 보면 얼마나 반갑고 신기한지 모든 사람들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사슬로 엮어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억측까지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접한 미나토 가나에의 이야기는 과연, 그녀 작가인생의 제2막이라는 말이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