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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집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가족이란 단어를 지우면 뭐가 남을까요. 가족은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가족의 구성원이 자꾸 줄어들고 이런저런 매체의 발달로 인해 가족간 유대감도 많이 줄어든건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오늘 읽은 <빨간집>이란 책은 그런 가족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랑스런 가족드라마?라고 해도 될것 같아요. 가끔은 문명과 떨어진 그런곳에서 조용하게 몇일만 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그 누구의 간섭도, 어떤 전자매체의 구속도 받기 싫은 그런 때. 여기 빨간집에 모여든 두 가족이 바로 그런곳으로 여행을 왔습니다.
안젤라와 리처드남매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15년만에 만나 여행을 가기로합니다. 그동안 두사람 사이에 쌓였던 오해를 풀고자 제안한 여행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꾹꾹 눌러둔 오해라 그런지 둘사이의 관계는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잘나가는 의사에다 재혼으로 얻은 예쁜 부인까지. 겉으론 아무 문제없어보이는 리처드는 의료분쟁에 휘말려있고, 재혼한 아내의 느닷없는 과거고백에 황당해하고 아내와 함께 가족이 된 딸은 자신에게 쌀쌀맞기만 합니다. 그런 속내를 모르는 안젤라는 잘난 동생이 부럽기도 하고 엄마가 살아계실때 자주 찾아주지 않은것이 괘씸하기도 합니다. 자신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보살펴야 했고 남편인 도미니크는 무능력하고 딸아이는 종교에 빠져 엄마인 자신과 대립중인 현실이 리처드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을 테니까요. 낯선곳에서 낯선(?) 가족들과 일주일동안의 여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처음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들을 보며 아무리 겹겹이 쌓인 오해덩어리 속에서도 역시 가족은 가족이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어느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름 각자 안고 있는 문제나 걱정거리들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 문제나 걱정거리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면 쉽게 풀어갈 수 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손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부모자식간이라면 없을지 몰라도 형제자매간이라면 분명히 존재하긴 하니까요. 리처드와 안젤라 역시 조금이라도 소통하며 서로의 속내를 풀어놓고 지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틈이 생기진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역시 문제는 소통의 부재라고나 할까요.
루이자에게 털어놓고 나니, 억지로 끌려온 이 휴가 아닌 휴가에서 걷잡을 수 없이 미끄러지기만 하던 안젤라는 드디어 무언가 붙잡을 것을 찾은 기분이었다. 루이자가 몸을 일으켜 안젤라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얹고는 3,4초 정도 가만히 있었다. 어설픈 손길이었다. (238쪽)
처음에 이 집에서 느꼈던 오싹한 한기는 우리 자신의 유령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래서 오래된 집이 싫었나 보다. 모두가 묻어둔 과거가 되살아나는 곳이라서. 천장의 스포트라이트 조명등이나 장식용 쿠션들 같은 안락한 최신식 소품들로 지난 역사를 없애버릴수 있을 리가 없는데. (297쪽)
이 작가의 책은 처음으로 접합니다만, 이 책을 읽고서 작가를 검색해보니 이미 출간된 책이 있었네요. [한 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란 책인데 이 책도 무척이나 흥미로워 보입니다. 꼭 읽어보기로...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 그리고 그 속에 사랑과 우정까지 두루 느낄 수 있는 <빨간집>은 비단 소설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나 자신, 그리고 우리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족끼리는 자주 여행을 떠나는 편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이모, 고모들과는 여행할 기회가 자주 없는게 사실이죠. 1년에 한번이라도 그런 자리를 마련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