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나 빼놓지 않고 읽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 늘 그녀의 글을 읽으면 마음 한구석이 짠합니다. 슬픈 내용도 아니고 울적한 내용이 아닐지라도 왠지 모르게 그녀의 글은 저에게만은 그렇습니다. 너무 담담하고 담백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읽은 <등 뒤의 기억>은 그녀가 늘 써오던 사랑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와 일맥상통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이야기들 보다 훨씬 많이 외롭고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애잔한가 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늘 그렇습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좀 난해하지만 왠지모르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하죠. 오늘 읽은 이야기에도 사랑은 아니지만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그렇지만 그녀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그런 부분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50대에 접어든 히나코. 그렇게 고령도 아닌데 그녀는 의료진이 상주하는 실버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녀 혼자서. 그녀의 옆집에는 초로의 한 부부가 살고 있는데 그집의 남편은 그녀의 집을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때론 점심꺼리를 들고 때론 여행 후 선물을 사 들고..사들고온 점심을 나란히 앉아서 먹기도 하죠.

그녀는 외롭게 혼자 살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가공의 여동생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마치 가공의 여동생이 바로 옆에 있는것 처럼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오래전 집을 나가버린 여동생이 그리워 기억에 남아있는 여동생을 자신의 현실로 불러 들이고, 여동생과의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는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공의 여동생을 통해 뱉어내는 지도 모르지요. 어떠하던 가공의 여동생은 또 하나의 등장인물입니다. 또한 이번 이야기에는 등장인물이 꽤나 많습니다.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처음엔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나 하다가도 그 인물들은 오롯이 히나코에게로 연결이 됩니다. 이름도 다르고 사는곳도 너무 멀지만 그리고 이 사람은 히나코의 여동생이다. 라는 전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을 읽다보면 캐나다에 살고 있는 그녀가 바로 히나코의 여동생이구나 하는걸 알 수 있습니다.

남자의 말은 순식간에 히나코를 산산이 부서뜨렸다. 방 안에 있는 가공의 여동생을 소멸시켰고,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마저 끊기게 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방과, 그렇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인 이 기묘한 아파트 자체, 눈앞의 남자(거의 알지도 못함에도 집 안에 들이고 홍차까지 끓여주는). 그런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굴욕적인지 순식간에 깨닫게 하고 말았다. 마치, 히나코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처럼. -본문중-

외롭고 쓸쓸한 히나코. 하지만 절대 외롭고 쓸쓸하지 않은 여자. 에쿠니 가오리는 그렇게 외로울것 같지만 외롭지 않고, 쓸쓸할것 같지만 쓸쓸하지 않은 이야기를 씁니다. 참 독특한 느낌이다 라는걸 매번 그녀의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고 그 느낌이 좋아 매번 그녀의 책을 찾는것 같습니다. 좋았던 시절의 추억으로 살고픈 히나코에게 옆집의 남자도, 전 남편도, 그녀의 아들도 모두 그녀를 현실로 끌어내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무도 알 지 못하는, 추억을 함께 나누며 즐거워 할 수 있는 한 사람, 가공의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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