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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전과 결혼 후에 느끼는 엄마라는 존재감은 얼마나 다를까. 특히, 나처럼 결혼 후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더군다나 막내에다 아무것도 할줄 아는것 없이 덜컥 결혼이란걸 해버린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이를 낳아봐야 엄마의 심정을 안다고 하는 말이 헛말이 아니듯, 첫 아이를 낳고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는지 모른다. 먼 걸음 하여 딸래미 산후조리 해준다고 오셨다 가긴 했지만, 엄마가 왔다 가신 후, 더 엄마가 그리웠던건 이 책의 제목처럼 그리면 그릴수록 더 그리운 사람이 엄마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많이 서툰 부엌살림을 하며 언제나 맛깔난 음식을 해주던 엄마를 항상 그리워한다. 명절이라 몇일전 엄마를 보고 왔는데 또 보고싶은 우리엄마. 그리고 만난 책,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엄마라는 여자.
삼십대 중반의 독신인 작가는 그래도 참 행복한 사람인것 같다. 엄마와 여행도 다니고 목욕도 다니고 시장도 같이 다니는 모습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 난 결혼 전 직장 다니기 전부터 엄마랑 떨어져 살아서인지 엄마와의 추억이 참 많이 없는것 같다. 지금이야 일년에 서너번 친정에 가면 꼭 엄마 손잡고 시장가서 필요한것 사드리고 목욕도 같이 가곤 하지만, 그래도 꼭 같이 하고팠던 엄마와의 단 둘만의 여행을 하기가 힘들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엄마한테 죄송스럽다. 어느새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버렸고, 나 역시 직장과 가정에 매여 있다 보니...라는 핑계아닌 핑계만 늘어갈뿐.
엄마는 아주 시시한 이야기에도 커다랗게 웃는다. 티비속 여배우들이 백치미를 풀풀 풍기며 내뱉는 싱거운 농담에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배시시 웃고만다. 그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하고 평온해진다.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엄마를 떠올리면 항상 웃는 얼굴이라는 사실 말이다. 지금 내 머릿속의 엄마는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35쪽)
나의 엄마 역시 그렇다. 우리 아이들의 몸짓 하나에도 박장대소를 하신다. 하지만 난 어떤가. 조용히 해라. 공부해라. 빨리 해라 하는 말이 입에 붙어버린 나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훗날 엄마를 기억할때 난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엄마의 여행 가방에는 언제나 손톱깎이가 있었다. 이런 사소한 물건을 일일이 챙겨 담는 엄마의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더불어 집 밖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으려는 알뜰한 사고방식에 고개가 숙여진다. (19쪽) 김장김치, 된장, 고추장 심지어 양파, 감자까지. 아직도 엄마는 때마다 철마다 바리바리 싸서 택배를 부쳐주곤 하신다. 택배상자를 열다보면 마치 보물상자를 펼쳐 보는것 같다. "된장 좀 부쳤다" 하는 전화를 받고 곧 도착한 택배를 열어보면 된장은 물론이고 내가 즐겨 먹던 밑반찬까지 서너가지 꼭 만들어 구석구석 박스를 채워서 보내주신다. 친정 가서 신기한 물건, 일테면 마늘 빻는 도구 라던가 하는것에 눈을 반짝 빛내고 오면 어김없이 다음 택배박스엔 그 물건이 들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엄마는 정말 내가 흘린 사소한 말들도 기억해 두신다.
책을 읽다보니 엄마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 나는것 같다. 역자께서 말했듯, 작가의 어머니 참 귀여우신분 같다는 생각을 나도 책을 읽으며 했었다. 중간중간 삽입 되어있는 만화도 너무 따스했다. 작가와 작가 엄마와의 이야기를 옆에서 몰래 엿보는듯한 느낌과 나와 내엄마의 기억도 하나하나 꺼내 보는 느낌에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딸의 입장에서 보아왔던 엄마라는 모습을 이제는 엄마라는 입장에서도 볼 수 있는 위치가 되다보니 이 책은 딸의 입장에서나 엄마의 입장에서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훗날 나의 아이들이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해 줄지, 작가처럼 또는 나처럼 항상 따스하고 푸근한 엄마의 기억을 갖고 있을지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었다. 지금 이 순간,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우리 가족 모두의 응석을 받아주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인했던 엄마의 등은 그렇게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