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입 베어물면 초록물이 들것같은 연초록의 속표지가 나를 잡아 끌었다.   에쿠니가오리의 책은 지금까지 단 세 편밖에 읽지를 못했다.   하지만 세 편다 나에게는 너무 좋은 책으로 기억된다.   냉정과 열정사이, 소란한 보통날,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특유의 잔잔하고 감성적인 문체와 작품속 여주인공들의 시크한(냉정하다면 냉정한) 성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감정표현의 끝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아무튼 난 그렇게 느꼈었다.   간간히 에세이도 나왔었던거 같은데 나는 이 책으로 처음 그녀의 에세이를 접하게 되었다.   그 소설스러운 문체(아니 어쩌면 정말 에세이스런 문체일지도 모르는)로 어떻게 에세이를 썼을까 무척 궁금했었다.   가끔 소설작가들의 에세이집을 읽다보면 이것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에쿠니 작가는 이렇구나,  이런 음식과 과일을 좋아하는구나" 하다가도  "소설 속 이야기는 아니겠지?" 하며 약간의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 있기도 했었다.  
 

 

     푸드에세이 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상큼함을 느끼게 했던 책 '부드러운 양상추'는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라는 특성에 한가지를 더해 작가의 일상과 함께 작가가 좋아하는 음식에 얽힌 사연과 추억, 풍경 그리고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읽을꺼리(?)가 다양했다고나 할까.   40여개의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그녀 옆에서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고 같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속 본문의 내용에도 잠깐 언급을  했었지만 일본 최고의 인기 여성작가 4인이 공동집필한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이라는 소설집도 급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0년 10월에 방송된 일본 기행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각각 유럽의 슬로푸드와 소울 푸드를 찾아 여행을 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를 엮었다고 한다.   여기서 에쿠니작가는 포르투갈의 알렌테주 지방을 여행했다는데, 그녀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묘사가 더욱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창한 맛이 나는 음식 필라프, 친절한 비파, 고요한 포타주, 으스대지 않는 컵라면등 음식하나에도 참 다양한 표현을 해주는 에쿠니가오리의 책 '부드러운 양상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음식들이 참 많다는걸 알게 되고, 한번씩 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

 

 

물고기에는 각각의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면, 내 느낌에 연어는 친절할 것 같다.  송어는 조금 칠칠치 못할 것 같고, 정어리는 느긋하고 명랑하고, 꼬치고기는 빈틈이 없고.  청어는 비관적이고, 넙치는 낙관적이고,  쑤기미는 신중할 것 같고, 도미는 심술궂을 것 같다.  참치는 순진하면서도 냉담한 면이 있을 것 같다.  전갱이는 성실하지만 다소 자기중심 적이고, 쥐치는 자기애가 강하고. (29쪽)


 

     혹자는 그녀의 문체가 책마다 비슷비슷해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신간이 나오면 궁금해서 읽게 되는 마성의 작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나 역시 에쿠니의 책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소설 세권은 느낌이 참 많이 닮았던거 같다.  심지어 이 에세이 마저 소설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서로 닮아 있는 속에서도 다른점을 확연히 집어낼 수 있는 그녀의 글들.   소설과 에세이를 가리지 않는 그녀만의 글들이 그녀의 책들에 대해 읽고싶은 욕구를 자아내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예전 표지의 단아한 모습과는 달리 이번 띠지에 실린 그녀의 사진은 책 제목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한결 더 상큼해 보이고 도시적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고나니 왠지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듯한 기분이다.  역시 에세이는 저자 자신에게 독자들의 발걸음을 한발짝 다가서게 만드는것 같다.  으스대지 않는 소박한 컵라면이라도 한개 먹어야 하려나..? 하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