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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ㅣ Medusa Collection 3
아이라 레빈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이다. 2008년에 발매된 이 책은 개정판이고 최초 1991년 발간된 책이었다. 요즘 간간히 아주 오래된 책을 읽고 있는데 이런 보물들을 찾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책들이 얼마나 많을지 이 책을 읽고서 새삼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때는 내용을 짐작 할 수가 없었지만, 책을 다 읽고난 지금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기 때문일까. 제목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공포와 잔혹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라 레빈이란 작가는 처음 접해보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대중소설의 거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2007년 이미 타계해버린 작가의 작품을 이제서야 알게되어 안타깝지만 국제 스릴러 작가협회가 뽑은 "꼭 읽어야 할 스릴러 소설"로 선정된 이 책을 이제라도 읽게 되어 소개해준 지인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후 나치의 친위대 잔당들이 나치의 부활을 꿈꾸며 벌이는 음모의 내용을 담았다. 익히 아는바와 같이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이었다. 또한, 인간으로서 차마 저질러서는 안될 악행을 행한 나라들이 있었다. 나 역시 오래전 책으로 보았던 일본의 야만적인, 일명 '마루타'라 불리웠던 인간생체 실험이 있었고, 이 책에서 다루어진 독일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에서 자행된 인간생체 실험이 있었다. 책속에 등장하는 야만적인 인물들이 그 당시 생체실험을 했던 사람들의 실명이라고 하니 더욱 실감이 나는것 같았다. 소설의 첫장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주도했던 히틀러의 광신자 멩겔레박사와 나치 친위대였던 6명이 모여 세계전역에 살고 있는 65세의 남자 94명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왜, 어떻게 그 사람들은 죽음의 타깃이 되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밝혀지는 그 죽음의 의미들이 너무나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웠다.
너무나 놀라웠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 수가. 두 아이의 여윈 얼굴과 의아해하는 표정까지 똑같았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아버지가 둘 다 65세의 공무원이었으며 한 달 간격으로 폭력적인 방법에 의해서 살해된 것까지가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들의 나이도 거의 같다. 마흔 한두 살. 어쩌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쌍둥이라....그것은 멩겔레의 주요 관심사였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그의 실험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157쪽)
"그들은 모두 같은 아들을 가지고 있어." "같은 뭐라구요?" "아들. 같은 아들이라구! 너무나 똑같은 아들이야! 나는 그 아이를 여기서도 보았고, 글라드벡에서도 보았어. 그리고 자네는 그 아이를 거기서 보았고, 또 그 아이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에도 있고, 덴마크의 브라밍게에도 있단 말일세.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말이야. 그 아이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아이의 어머니는 모두 마흔한두 살이지. 다섯명의 다른 엄마들과 다섯 명의 다른 아이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 있으면서도 너무나 똑같아. (162쪽)
나치전범 추적자 리베르만에 의해 밝혀지는 죽음의 의미들...리베르만은 멩겔레의 야망을 뿌리뽑기위해 다음 죽음의 대상자를 직접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멩겔레와 리베르만은 마주하게 되고 작가는 독자의 방심을 한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는듯 리베르만과 멩겔레의 대치상황에 숨을 죽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멩겔레가 만난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멩겔레가 광신하던 히틀러를 닮은 소년, 그리고 세계각국에 있는 94명의 소년들..과연 독자들은 이싯점에서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섬뜩함에 치를 떨지 않았을까. 단 한순간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던 몇 안되는 책중 한권이었다. 글을 쓰는데 있어 완벽을 기하기로 유명한 작가는 지금까지 단 7편의 작품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그의 작품 대부분이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되었고,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역시 당대최고의 배우 그레고리 팩과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2009년에 다시한번 영화로 제작되었었다고 하니 한번 찾아봄직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