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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우선, 아주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책을 읽기전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는 그야말로 내가 생각했던 딱 그 내용이었다. 오래전부터 계속 리메이크 되고 있지만 영화로 본건 최초가 아닌가 싶다. 제목만 아주 숱하게 들어오던, 그래서 익숙한 영화려니 했었나? 아무튼,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두시간여를 고도집중, 몰입최상의 상태로 아주 재밌게 봤었다. 특히, 인간에 의해 길러진 '시저'의 강렬한 눈빛을 잊을수가 없다. 난 왜 영화를 보면 원작이 궁금하고, 원작을 읽고나면 또 영화를 꼭 봐야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영화를 보고나니 책이 눈앞에 아른거려 후딱 집어들고 읽었었다. 영화와는 달리 책으로 번역이 된건 최초라고 하니 더욱 궁금했었다. 하지만,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의 책을 이 또한 고도집중하여 볼 수밖에 없었다.
때가 얼만큼 되어야 이런날이 올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우주공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두 사람(?)에게 어느날 자신들 앞으로 날아온 편지의 내용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가 된다. 편지 속 화자인 윌리스와 앙텔교수는 우주탐사 도중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착륙한다. 지구와 너무나 흡사하고 생명체도 살고 있을것 같은 '소로르'라는 행성에서 그들은 실로 경악하고도 남을만한 일을 겪게된다. 그곳에는 인간도 존재하고 유인원도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지구와는 정 반대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수많은 유인원들이 인간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유인원의 손에 이끌려 목줄에 매여 다니는 인간들, 동물원 우리속의 인간들...그곳에서 윌리스는 단지 실험대상인 동물일 뿐이었다.
먹이를 노리는 이 사냥꾼의 잔인함과, 이 사냥이 그에게 안겨주는 강렬한 쾌감과, 특히 고릴라의 얼굴에 나타난 '인간적인'표정. 내가 깜짝 놀란 원인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 동물의 눈동자에서는 내가 소로르 원주민들의 눈에서 그토록 찾으려 했던 이성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총성을 듣고 희생자의 최후의 경련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숲을 가로지른 오솔길에 널려 있는 사람들의 시체를 보았다. 나는 이 끔찍한 장면을 더 이상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백 보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고릴라를 발견했다. 사냥꾼들은 고릴라였고, 쫓기는 사냥감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57쪽)
이 책은 영화 혹성탈출의 속편이라 해도 무방할것 같다. 동물실험을 하기위해 포획되어진 원숭이, 오랑우탄, 고릴라들의 반란으로 잠시 질서가 흐트러져 버린 영화속의 인간세상은 이 책을 통해 그 주인이 뒤바뀌어 버린 형상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대로 영화를 만든다면 정말이지 쇼킹한 내용의 영화가 제작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우주여행을 통해 새로운 신화의 가능성을 열고, 지구라는 우물 속에 갇힌 인간 중심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며, 인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인류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해 인간의 오만한 세계관과 태도, 특히 잔인한 동물 실험을 되돌아보게 한다. (옮긴이의 말) 새로움과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위대하다 아니할 수 없지만 이제는 좀, 대자연의 순리에 귀를 기울이고 순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