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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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두 읽어 주어야 할것 같은 조정래 작가님의 책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질 못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골라 읽기도 빠듯하다.  하지만 2010년부터 초창기 작품의 개정판 출간작업을 진행하시는 조정래작가님이 얼마전 개정판이 출간된 "황토"와 함께 "비탈진 음지"라는 이 작품도 개정판으로 출간을 하셨다.  황토와 함께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1973년에 처음 중편으로 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개정판이 나오니 그나마도 읽게 되는것 같다.  학굣적에 열심히 읽었었던 태백산맥을 2년전인가 새책으로 구입하여 한권씩 시간 날때마다 뽑아 읽고 있는데, 그 느낌이 학생때 읽었던거랑 완연히 다른것이 역시 좋은 책은 두번 세번 읽어도 좋구나, 하는걸 느낀다.  태백산맥은 내가  더 나이가 들어 한량한 여가 시간을 보낼날이 올때 다시 한번 읽고 싶은책이다.  이런 대작들에 가려 빛을 못본 중편, 단편 작품들이 개정판 작업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음 하는 바램이다.

 

 

소설은 1970년대초 급격한 산업화 바람을 타고 상경한 한 가족의 서울살이를 이야기 하고 있다.  복천은 기울어가는 가세와 아내의 죽음으로 살길을 찾기위해 이웃집 소를 몰래 팔아 아들,딸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해 서울에 정착하게 된다.  가진거라곤 소를 판 돈이 전부인 복천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다 텃새를 부리는 사람들에게 쫓겨나고, 지게짐꾼을 시작했는데 하루만에 다른짐꾼들에 의해 쫓겨나고, 땅콩장사를 하다가 수레를 통째로 도둑맞기도 하고, 쓰레기통에서 쓸만한 물건을 뒤지다 그런 쓰레기마저 따로 있는 임자에게 된통 당하기도 하고,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훔쳐 달아난 도둑을 잡으러 가다 차에치어 한쪽 다리를 절단 하기에 까지 이르는등, 지지리 복도, 재수도 없는 인물이다.   이 책은 복천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의 힘겨운 서울살이, 또한 그가 만난 사람들인 식모아가씨, 떡장수아줌마, 복권파는 아가씨를 통해 1970년대 당시 서민들의 어려운 삶을,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징그럽게 독하고 몸서리나게 끔찍스러운 몸살이었다.  등 전체가 잘게 부스러진 사금파리처럼 조각조각 금이 가고 깨지는 것 같이 고통스러운 한편으로 전신이 빨랫감을 힘껏 짜대는 것처럼 비비꼬이고 비틀리며 통증이 극심했다.   아무리 참으려고 이를 맞물어도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코로 흘러나갔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겪어보지 못한 난생처음 겪는 무시무시하고 무지무지한 몸살이었다.  마누라를 잃고 허허벌판 서울이라는 데에 올라와 겪은 온갖 어려움에 지칠대로 지친 몸이 더는 못살겠다고 일으킨 반란이었다. (160쪽)

 

 

이 책은 중편으로는 모든걸 다 표현할 수 없었을듯한 내용이었다.  장편으로 개정작업을 하면서 첨부한 내용들을 전혀 짐작할 수 없을만큼 이 장편 자체가 그당시 출간된 작품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결국, 칼갈이로 정착해 살고 있는 복천의 서울살이와 더불어 중간중간 이어지는 복천의 청년시절, 복천이 만난 인물들이 살아온 날의 이야기들이 책속의 또다른 책마냥 몰입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간혹, 사투리로 인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독자들이 있긴 한데, 난 왜 그 사투리가 그리 잘 읽히고 정겨운지!  태백산맥을 처음 읽었던 학생시절엔 아마 그 사투리들을 두번씩 읽지 않았을까 싶지만,  태백산맥에 그 사투리가 빠진다면 영~심심하지 않을까 싶은데..물론, 이 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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