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모모에
김은혜 지음, 김은지 그림 / 디자인소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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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지 십몇년을 훌쩍 넘기고,  가정을 가지고 아이들과 직장과 씨름하다 보니 친구를 자주 만날 기회가 없다.  더군다나 고향에서 멀리 떠나와 살고 있는 이곳엔 친구도 없고, 아는사람도 없었던 터라 십년을 넘게 살았던 이곳에서 학교 친구를 한번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 보다 더 어려운일이다.   가끔 고향의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그들이 서로 만남을 가지고 수다를 떨고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왠지모를 울적함에 철부지마냥 직장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고향으로 내려가자고 서방님께 생떼를 부리기도 한다.   그런 울적함을 달래기엔 사회친구도, 같은 동네 아줌마들도, 아이의 학교에서 가끔 만나는 자모들도 가끔 도움이 되긴 하지만,  마음을 쏙 빼앗는 한권의 책은 나의 마음에 큰 위안을 가져다 준다.   오늘 만난 내사랑 모모에라는 이 책도 그런책들 중 한권이었다.    일년여의 시간동안 나의 눈밖에 난채, 책장 한켠에 꽂혀있던 책을 어제서야 발견하고 몇장을 뒤적이다 내처 읽어버린 책이다.  
 
 
내 이름은 데레사.  나이는 41세,  민들레 마을에 살고 있다.  지금은 교회 상담실에서 일하고 있고, 작년까지는 민들레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이 이야기는 내 친구 모모에와 나에게 작년 봄부터 일어난 일이다. (작가)  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데레사가 일기형식으로 편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모모에와 데레사는 고등학굣적에 처음 만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시락도 싸오지 못하는 데레사에게 모모에의 어머니는 도시락도 싸다주고, 학교도 끝까지 마칠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렇게 데레사와 모모에는 친한친구가 되었고,  모모에의 어머니가 경영하시는 카페에서 데레사는 매니저로 일하게 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데레사의 눈으로 본대로 적어내려간 글들에서 데레사와 모모에의 끈끈한 우정이 느껴졌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고 사는 데레사.   천방지축에 철이 없을것 같은 모모에.  서로의 부족함을 메꾸어 주는 두사람의 우정이 참 많이 부러웠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데레사의 글들속엔 좋은 이야기가 참 많이 담겨 있었다.  
 
 
요즘 책을 쓰기 시작했다.  몇 년이 걸릴 지 모르지만, 내가 본 이 세상의 상처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이고 치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한번도 글을 써본 경험이 없다.   그런 내가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생각대로 표현이 안돼 답답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후에 잠깐 카페에 온 요시아(모모에의 아들)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 했다.  요시아는 아주 편안하게 말했다.  "안네 프랑크도 자기 생각을 일기로 적었잖아요.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어린 녀석의 한 마디가 내 고민을 한 순간에 날려주었다.  그래, 일기를 쓰자. (162쪽)  따뜻한 글과 이쁜글이 많이 담겨 있었던 책이었다.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잔잔한 일러스트는 내 마음까지 둥둥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다.   큰 센세이션 같은 내용은 없었지만, 그들의 일상과 그녀들의 내면을 맘껏 느낄수 있는 잔잔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얘기들을 두사람이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참 많이 친구가 그리웠다.   내일은 친구에게 전화라도 해 봐야 겠다.
 
 
 
<발자국>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길이 되리라.
내가 함부로 남긴 발자국이 다른 사람을 낭떠러지로 밀어낼 수도 있고
어두운 길을 헤매고 있는 영혼들의 등대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남긴 조그마한 발자국이 단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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