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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과 표지에 끌려 선택하게 된 책. 뭔가 오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표지만큼 그 내용또한 오묘하기 이를데없다. 여러날의 연휴를 끼고 있었으면서도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빨리 못 읽어서 안타까웠던책이다. 2월들어 처음으로 잡았던 책인데, 중순을 향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끝을 냈다. 읽기에 지겹다거나 흥미를 잃을만한 내용의 책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었다. 잠시만 다른곳으로 눈길을 돌린다던지, 문명의 그늘에서 잠시만 벗어나 있어도 지나온 일들이 까마득해지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어쩌면 몇십년후 아니, 불과 몇년후에라도 이런일들이 가능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섬뜩해지는 느낌이다.
암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생명연장 장치에 의해서 겨우 숨을 쉬고있는 아내와 그 안타까움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남편.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 비록 육신을 버린 죽은 목숨이지만, "욘더"라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삼십년후 우리나라가 통일이 된 후, 뉴서울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야말로 문명의 발달이 과연 어디까지 일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문명의 집약체를 다룬다. 우리의 뇌를 다운로드해 잘 저장해 두었다가, 우리가 죽게 되었을때 이 세상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세상 즉, "욘더"에서 저장된 데이터로 지금의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아간다. 언뜻 들으면 정말 얼토당토 않는 허무맹랑한, 그야말로 소설같은 이야기라 하겠지만, 실제 British Telecom의 미래학 연구소장 이언 피터슨의 전망에 따르면, 지금부터 40년 정도가 지나면 인간의 정신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에게 곧 닥칠, 40년 후가 아닌 이런 성장세로 본다면 십수년 후에라도 닥칠 일이라 허구라 치부해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런 세상이 온다고 믿고 있기에도 너무 까마득하기도 하고...40년후면 내가 아직 살아서 움직이고 있을 때인데, 아무튼 비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내가 겪을 수도 있을 내용이라 재미로 읽고 넘어갈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는 지금 막 욘더로 떠나려는 참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반신반의했지요. 지금 저는 무엇보다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합니다. 우리 형제자매들 중 욘더로 간 사람들은 많습니다. 만일 욘더라는 그곳이 우리의 믿음과 다른 곳이라면, 혹은 욘더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면, 하고 의심했지요. 하지만 저는 얼마전 부터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욘더는 공상이 아닙니다. 욘더는 실재합니다. 믿는 자는 천국, 믿지 못하는 자는 불멸의 혜택을 받지 못하겠죠. (page 210)
정확히 기억하는 건지 모르지만 그들 주위엔 브로핀 헬멧이 항상 있어요. 죽음의 순간에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바로 곁에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에 고통을 잊으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어떤 환각이나 환상이 그들을 죽음으로 인도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page 163)
내 남편이 죽었다. 그리고 남편은 욘더에 있다. 나는 죽어야 욘더로 갈 수 있다. 욘더로 가면 사랑하는 남편과 이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육신을 버리고 죽을수 있을까? 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만큼 욘더를 믿을수 있을까? 내 앞에, 또는 내 남편앞에 멀지않은 미래에 이러한 질문이 던져질걸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 난 그냥 남편이랑 한날한시에 손잡고 죽고싶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 지려나...? ㅎㅎ 내 인생에 대해 미래에 대해 우리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