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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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확 잡아 끌었던 신선하고 강렬한 표지다. 세상 모든 시름을 벗어 던지고픈, 그래서 훨훨 날고 싶은 한 여인의 마음이 절절히 녹아 있어서 일까.  그녀에게 무심한 모든것들에 반항이라도 하는듯 사회를 등지고 누워 모든걸 잊고자 하는듯 하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본 표지의 느낌이었다.   제목만으론 전혀 관심이 가지 않던 책이었는데,  작가의 전작 "은교"를 통해 그의 새로운 글세계를 접하고 집어든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박범신이다 라는 말이 나올만큼 소설적인 스토리와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잘 쓰여진 책이었다.   은교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책, 240여 페이지의 길지않은 책이었지만, 많은걸 느끼게 해준 책이었던것 같다.

 

 

비즈니스.  이 책속에는 모든 일들이 비즈니스이다.   도둑은 그 나름대로 비즈니스맨이고  아이의 공부를 위해 매춘을 하는 행위도 비즈니스이고 공공연하게 바람을 피는 행위도 비즈니스이고...한줄기를 이룬 스토리속에 여러가지 관점에서의 비즈니스들이 잔가지처럼 뻗어나가 큰 나무를 이루듯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는 도둑인 비즈니스맨과 매춘녀인 비즈니스우먼의 사랑이다.   비즈니스맨은 관료사회의 한 부분이었던 남자가 사회악을 견디지 못해 도둑이 된다.   개발을 위해 파헤쳐진 구도시에서 그래도 성공한 케이스로 살아온 남자는 신도시의 개발로 완전히 버려진 구도시에서 숨어 살다시피 하며 "타잔"이라는 도둑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비즈니스우먼이라는 여자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엄마로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 하는 맹모삼천지교를 생각나게 하는 여자이다.  그리고 그 둘은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 해서 그를 미행하게 됐는지 설명했고, 더 나아가 또 어떻게 해서 비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는지 설명했다.   '과외비'를 벌기 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말하자 그가 들릴락 말락, "씨팔..."이라고 중얼거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page 89)

 

"솔직히 말해 과외비를 벌려고 시작했지만요, 요즘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냥....오늘도 내일도 변화라곤 없는 무난한 시간들, 혹은 무난하게 마모되는 것 같은 인생이 너무 싫었던 건지도 몰라요.   이곳은.....수렁이에요." (page 104)

 

 

이 소설에 실린 내용들이 단지 허구일 뿐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마치 아주 정상적인 일인양 행해지고 있을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사회적인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한 계속 이어져 갈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 놀랍고 가슴아픈 일이지만,  또한 가슴만 아파하며 지나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병폐를 잘 꼬집어 주었다.   우리 문학계를 이끄는 현역작가들이 작게나마 이런 소리를 울려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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