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그리고 함께한 90일간의 아시아 횡단기
남정현.김웅기 지음 / 나무자전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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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들중 미약한 한가지 이유는 훌훌 읽혀지는 맛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먼저 그곳을 다녀온 작가를 통해 그곳의 이야기와 함께 기행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곳의 사진들이 아닐까.   그래서 난, 여행 에세이를 읽을때 책장을 먼저 훌훌 넘겨보며 사진을 본다.   사진을 보며 이 글이 쓰여졌을 곳을 혼자 상상하고,  그 사진속에 내가 있음을 상상하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   이 책 또한 받자마자 후루룩 넘기며 사진들을 보았다.   작가의 고생과 그곳 사람들의 삶이 뚝뚝 묻어나는 사진들이 내 맘을 확 잡아 끌었다.

 

 

인터넷 여행 카페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함께 여행을 하기 위해 감행한 결혼.   그리고 함께한 90일간의 여행 이야기.   아직 한번도 못해봤고, 앞으로도 못 해볼것 같은 배낭여행의 진수를 보는듯 했다.   2박3일을 버스로 이동 하며,  고지대의 깜깜한 밤하늘을 천장삼아 볼일을 보기도 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4박5일을 트럭으로 이동하며 좁은 공간과 담배연기를 마시며 추위에 떨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곳에선 시간의 제약없이 아무 할 일이 없어도 몇일씩 쉬어가기도 한다.   이런게 배낭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카파도키아에서의 시간은 달콤하고 나른했다.   터키의 8월은 한국의 여름 만큼이나 무더웠지만, 카파도키아는 그늘에 앉아 있으면 시원했고 모기가 없었다.   이곳에서는 꼭 무엇을 봐야 겠다는 목적없이 게으른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떤날은 온종일 엽서만 쓰기도 하고,  어떤날은 네브셰히르나 아바노스로 장 구경을 가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숙소의 주인 언니에게 책을 빌려 읽거나 게스트북에 여행정보를 끼적여 놓았다" (page 100-101)  이 대목에서 나의 여행은 어떠한가 생각해 봤다.   항상 빠듯한 일정,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잠시의 틈도없이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집에오면 어김없이 녹초가 되고... 아이들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해 보지만 나 역시 편히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함께 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 였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괜한 낭만 때문에 각자의 여행을 선택해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왜 이리 원망스러운지... 오늘도 이렇게 보고픔과 외로움은 재회의 순간에 더욱더 값진 가치를 위해 조용히 삭혀야겠지.   지구의 같은 하늘 아래에 함께 있다는 걸 위로 삼으면서..." (남편 웅기의 동유럽여행기 중)   이 책 뒷부분 십여장은 남편 김웅기님의 짧은 동유럽 여행기가 실려있다.   서로 원하는 여행노선이 달라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각자가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가기위해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지지만 곧 지독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힘들땐 다독여주고 멋진풍경을 같이 느끼고,  무서우면 손잡아주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부러운것이 있다면, 배낭여행도 아니고 아시아 횡단도 아니고 동유럽여행도 아니었다.   남편이랑 두사람이 하나되어 힘듦과 아픔을 서로 다독여가며 함께 여행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아이들 크고나면 둘이서 손 꼭잡고 여행 많이 다니자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그때는 있는 여유 맘껏 부리며 진정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달콤하고 나른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어서 빨리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고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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