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꿈속에서 봤던 섬을 찾기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배가 난파당해 정신을 차린곳은 푸르름으로 가득한 부유한 섬이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을 데리고 온 한 남자는 그 푸르른 섬에서 풍족하게 살았다.   빠르게 소문이 퍼져 섬에는 점점 사람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그 행복을 그들끼리 차지 하고자 푸른 들판으로 덮인 그 섬의 이름을 얼음뿐이라는 뜻으로 얼음의땅 iceland 라고 지었다..... 라는 전설이 있는 아이슬란드.    작가는 2009년 여름의 아이슬란드를 찾은 후,  2010년 겨울 다시 이곳을 찾았다.   넓지도 않고 사람들이 많이 살지도 않는곳.   그는 그곳에서 180여일을 보낸다.   책 속에는 아이슬란드의 이곳저곳이 상세히 소개되지 않는다.   그저 그의 글이 이곳에서 쓰여졌다는 느낌만이 있을뿐이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고 있는동안 내가 아이슬란드의 구석구석을 훑어 본 느낌이 드는걸까?   그의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들은 나에게 그의 감성과 더불어 눈덮인, 푸르른, 해가 지지 않는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모습을 같이 보여주는 듯 하다.

 

 

"솔직히 겨울의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꽁꽁 얼어 붙은 호수가 있고 눈이 덮인 숲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주변 4Km 이내에는 사람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만약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 하신다면 여름에 오시는 건 어떨까요.   그래도 이 겨울에 무언가를 보려 하신다면 그다지 이곳을 권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비사투파는 당신에게 침묵할 공간을 드릴 수 있습니다."  (page 249)    단 한명의 관광객도 없는 비사투파에서 3일을 머물 예정으로 갔던 그는 12일을 보냈다.   지독한 고독이 느껴질것 같은 공간.   주변엔 온통 하얀 눈뿐인 그곳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12일을 보냈을까?  라고 생각 되지만,  그는 이곳을 지금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던 모든 걸 잠시 흰 눈위에 놓아두고, 한박자 쉬어 가는곳이라고 했다.   여행을 가면 유명 관광지에선 그 상징물을 사진에, 눈에, 마음에 담기에 바빠 실상 주변 환경과 그 어우러짐을 놓치고 지나 칠 때가 많다.   아니, 나의 여행은 항상 그랬던것 같다.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 해 보게 하는 대목인것 같다.

 

 

그에겐 지병이 있는듯 했다.   길어진 여행에 가지고온 약도 떨어지고 안좋은 일은 한번에 몰아서 온다고 했던가.  "아무일도 일어나면 안 될것 같은 어느날 아침,  양치를 하는데 앞니 하나가 빠졌다.   아무런 고통도 그리고 징조도 없이 내 앞니와 잇몸은 깔끔하게 작별을 한 것이다.   세면대의 작은 거울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앞니를 어디에다가 빠뜨린, 망가질대로 망가진 남자가 비쳐질 뿐이었다.   난 거울 앞에서 미친듯이 웃었다.   왈칵 터진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흐를 때까지." (page 313) 여행은 이런 것일까?  왠지 울컥 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몸이 아프다고 포기하고 돌아간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던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다.   힘든 여행을 통해 뭔가를 잃을 수도 있지만 얻을 수도 있다.   그는 부리를 잃었지만, 그 잃어버린 부리를 통해 단단해진 정신을 얻었다.

 

 

한여름에는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 없는 색의 노을을 보여준다.   한 겨울에는 하루종일 해가 뜨지 않는다.   대신 머리 위에서 오로라가 엄마의 치맛자락처럼 휘날린다.   그의 글을 통해 보여진 아이슬란드.   어느 자락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나라.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난 지금 아이슬란드를 동경하고 침묵의 여행을 혼자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득하다.   그의 책 뒤에는 그가 레이갸비크의 의자가 이쁜 작은 레코드 가게에서 들었던 음악CD가 수록되어 있다.   이 음악을 들으며, 이책을 읽으며 그가 지나온 아이슬란드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33살이 된 지금

23살 때가 아름다웠 다는 걸 알고 있듯

또 다시 10년이 지나 43살이 되었을 때

33살의 우리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말 할 수 있기를.....

 

[그의 책 첫 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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