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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색깔
콘스탄케 외르벡 닐센 지음, 아킨 두자킨 그림,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헉.’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다.
면지부터 시작해서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느낌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엄마와 아이는 남겨진 슬픔을 오롯이 감당해 내고 있다.
너무 지쳐 아이를 위로해 줄 한 줌의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엄마와
그럼에도 살아갈 힘을 찾아내야 하는 아이.
현재의 슬픔을 이겨낼,
사라진 색깔을 기억하도록 도와줄 ‘새’가 등장한다.
‘새’를 통해,
‘새 이야기’를 통해....
검게 보였지만 반짝임을 간직하고 있던 새처럼,
이 아이도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새와 아이의 크기 대비라든지, 색을 통한 주제의식 구현이 빛난다.
‘평화’에 대해서, ‘무채색과 유채색’에 대해서.
힘들 때 나를 이끌어줄 ‘새’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무엇이 있는지 등...
학생들과 함께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하지만 편집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몇 가지 있다.
특히 ‘~가 말했어요’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화자가 누구인지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대비해 주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가 그림을 보기 보단 글밥을 해독하는 데 더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한 줄 띄기라든지, 글 배치라든지, 색깔 등을 이용해서
새가 하는 말과 아이의 말, 해설을 확실히 구분했으면 한다.
또한 ‘그림책’이니만큼...
그림으로 표현된 것들까지 세세하고 친절하게 번역해서 설명해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외국 책이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략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겠지만, 글이 장황한 느낌이 있어서 이 점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