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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 - 대일본 제국의 모던 보이는 어떻게 한인애국단 제1호가 되었는가
배경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1월
평점 :
그 시절 독립을 위해 항거하고 투쟁한 젊은이들이 사실은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무모하게 목숨을 내걸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다른 이도 아닌 천황을 암살할 목표를 세웠음에도 이봉창의 계획이나 준비 과정은 열악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실패하는 게 당연했고, 성공했다면 그건 기적이었을 테다.
기적을 바라며 젊은 목숨을 담보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은 많은 젊은이들이 기적을 바라며 목숨을 던진 것이다. 독립운동가 중에서 상당수는 독립운동과는 무관한 삶을 지속해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갑자기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더 긴 시간 교육과 준비 과정이 필요한 법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등 떠밀리듯 다급하게 적진으로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
비장한 각오로 적진에 침투해 거룩하게 방아쇠를 당기거나 폭탄을 내던졌을 그들. 그러나 발사되지 않는 불량 총, 터지지 않는 불량 폭탄 앞에서 그들은 얼마나 망연자실하고 비참했을까.
이봉창은 김구에게 수류탄을 건네받은 후 수류탄의 성능을 시험해보고자 했지만 김구로부터 거절당했다. 수류탄을 터뜨릴 장소도 마땅찮은 데다가 귀한 수류탄을 연습용으로 터뜨리면 다시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6-7간(11-13미터) 이내는 모조리 파괴할 수 있다는 김구의 말만 믿고 거사 당일 천황의 마차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지만 이봉창이 던진 수류탄은 소리와 연기만 있었을 뿐 피해 규모는 6-7간에 훨씬 못 미쳐 아무도 죽이지 못했다. 불발탄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도 천황이 탄 마차가 어느 것인지 몰라 어림 짐작으로 던진 것이기에 처음부터 거사는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준비가 허술했던 것이다.
이런 일의 반복이 아마 그 시절의 독립운동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의 개입으로 일본이 망하고 어부지리로나마 조선이 국권을 되찾은 것이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역사를 돌이키며 씁쓸한 기분에 젖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