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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구효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우선 재미있게 읽은 순서다.
김중혁 자동피아노
조경란 풍선을 샀어
권여선 가을이 오면
윤성희 재채기
이현수 추풍령
구효서 명두
김경욱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
윤이형 피의 일요일
전성태 늑대
고종석 플루트의 골짜기
정미경 시그널레드
김중혁의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 훌륭했다. '자동피아노'에서도 김중혁의 특기인 잊혀진 사물에 대한 고찰과 진실 탐구는 계속 되고 있다. 이번에는 소리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이야기 한다. 요즘 이 작가의 단편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마치 과거 박민규의 단편들을 보는 듯 재미있고 신선하다. 김중혁은 머지않아 큰 상을 받을 것 같다.
조경란은 '나는 봉천동에 산다' 이후 가장 괜찮은 소설을 써 낸 것 같다. '풍선을 샀어' 는 한 마디로 철학적 삶과 현실적 삶의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책에서 배운 내용들, 현자들이 읊조린 말씀들이 현실에 곧이곧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의 사랑을 통해서 깨달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여자는 남자의 상처를 치유하려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부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은 순간순간 빛을 발하며 독자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늦깎이 여대생의 처절하고 우스꽝스런 이야기를 그린 권여선의 '가을이 오면'도 재미있게 읽혔고, 윤성희의 ‘재채기’는 자잘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이어붙이며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좁히고, 예전보다 더욱 따뜻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몽환적인 추억 속에서 소통 부재의 삭막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김경욱의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와 여고시절의 추억담이 재미있었던 이현수의 '추풍령', 그리고 기구한 일생을 살다간 한 여인과 마을의 이야기들이 죽은 나무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구효서의 '명두'도 괜찮았다.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과 사고로 서사가 진행되는 윤이형의 '피의 일요일'은 색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전성태의 소설과 2006 이상 문학상 수상 작가인 정미경의 소설은 대략 난감했다. 별로 재미도 없거니와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지 이해도 잘 안 되었으며, 어렴풋이 잡히는 주제들은 내 관심사 밖의 것이었다.
전반적인 느낌은 2005년 좋은 소설들보다 못 한 듯 했지만, 그래도 김중혁, 조경란의 소설이 훌륭했고, 권여선, 윤성희, 이현수, 구효서까지는 제법 잘 읽혔던지라 그럭저럭 만족스런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아울러 2007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은 더 재미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