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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만든 집
윤성희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윤성희의 소설은 그늘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과도 같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우나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작은 소우주의 미에 탄복을 내지르게 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의 말이다.
과연 그렇다.
윤성희의 소설들은 대부분 소외된 일상의 단면들에 그 기저를 두고 있다. 때문에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언뜻 카뮈의 이방인을 연상케 하는 일상의 반복과 지리멸렬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족쇄처럼 채워진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 다닌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존재의 확인.
일상의 무거운 먼지 속에 묻혀 버린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을 쉼없이 한다. 표제작 레고로 만든 집에서 복사기에 자신의 얼굴을 찍는 장면이 바로 그러한 작업인 것이다.
윤성희의 소설들은 발표될 때마다 평단의 주목을 받아 왔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소설 가운데서 무려 네 편이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 해의 좋은 소설, 현대 문학상 후보, 이상 문학상 후보 등으로 선정되며 찬사를 받았었다.
젊은 작가의 역량을 기존 문단이 200% 인정해 주고 있다는 얘기다.
윤성희는 낮고 담담하게, 그러나 분명한 자신만의 어조로 세상을 얘기하고 있다. 그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설령 그 소리가 허공을 떠돌다 사라진다 해도 윤성희는 별로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아도 꿋꿋히 피어나는 저 음지의 꽃들처럼 말이다.
이 소설집에는 윤성희 소설의 기저를 이루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담겨 있다. 윤성희라는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이 책을 일찌감치 구입했고, 또 읽었다는게 다행스럽다. 최근에 이 책은 품절이 되었고, 쉽게 구입할 수가 없다. (물론 머지않아 신판으로 다시 출간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