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들의 미사
로렌스 블록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백정들의 미사는 솔직히 내용도 몰랐고, 이런 책이 있는 줄 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로렌스 블록의 작품을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되었다. 로렌스 블록의 작품이, 그것도 장편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는 사실에 탄복을 금치 못했고, 즉각 책을 주문했다.
이 소설이 블록이 가장 애착을 가진다는 탐정 매트 시리즈 중의 하나라는 것과 92년 에드가 상 수상작이라는 것은 주문하고 난 다음에 알았다.
블록의 대표작인데다가, 최고 권위의 에드가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다빈치 코드 이상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로 분류되고 있지만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확연한 차별성을 보인다. 탐정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탐정이라는 작자는 무면허에 알콜 중독자다. 전직 경찰이었던 지라 경찰 친구도 있지만 사람을 무자비하게 도살시켜 버리는 살인자도 친구다. 애인은 창녀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 특이하다.
탐정 개인의 성격을 따져 보자면 냉소로 일관했던 빅슬립의 필립 말로와도 좀 닮은 듯 하지만 매트는 말로처럼 혼자 행동하지 않는다. 혼자 다니는 일도 많지만 친구를 만나 식사를 같이 하고,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 소설의 최대 미덕은 끊이지 않고 첨예하게 이어지는 인물들의 대화 속에 있다. 대화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생동감이 넘친다. 때문에 시종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이 소설에 잡다한 묘사나 설명 같은 것은 거의 없다. 아멜리 노통의 소설처럼 90%가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대화 속에서 사건이 전개되고, 주제가 드러난다. 현대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는 작가의 섬뜩한 칼날도 보인다.

스너프 필름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추리 소설에 스너프 필름이라... 책에 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매트는 우연히 스너프 필름을 보게 되고, 그것을 제작한 살인마들을 쫓는다. 그러나 그가 의뢰 받은 일은 그것이 아니다. 지방 방송국 프로듀서의 아내가 살해되었는데, 그녀를 남편이 죽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의뢰 받지 않은 일에 더 열의를 보이는 것이다. 악마들의 만행을 중단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이어진다. 모든 사건들이 하나로 맞물린다. 그리고 라스트에는 대 반전이 펼쳐진다.
아, 더 이상 소설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포일러가 발설될 수 있다.

추리, 스릴러, 혹은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그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 책의 앞, 뒤표지에 실린 소개글 같은 것은 절대 읽지 말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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