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 전2권 세트
앨런 폴섬 지음, 이창식 옮김 / 넥서스BOOKS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대단히 빨리 읽게 될 것이라 짐작했었지만 3주가 걸렸다.
헐리웃 액션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강한 흡인력과 끊임없이 고조되는 긴장감과는 별도로 이 책에는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너무 많은 사건들이 담겨져 있기에 하루 이틀 만에 금방 다 읽혀질 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원고 분량(3천 7백매)만 봐도 결코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물론 연말 연시를 맞아 회사에서도, 또 개인적으로도 바쁘고 심란한 일들이 많아 책 읽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지금은 이 대단한 책을 다 읽었다. 두 권짜리지만 페이지 수로는 900매가 넘는, 웬만한 편집본으로는 족히 세 권짜리로 나왔을 이 거대한 장편 소설을 마침내 다 읽은 것이다.

전작 모레에서 보여 주었던 스토리 텔러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작가는 추방에서도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영화 같은 소설이다. (분명 헐리웃 영화 제작사에게 판권이 넘어갈 것이다.)
실제로 폴섬은 소설가로 대뷔하기 전에 헐리웃에서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때문에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구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작 모레도 그러했듯이 추방에도 엄청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빈틈없이 꽉찬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추방은 모레와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독자의 시선을 확실하게 사로잡는다. 소년이 소년을 죽이는 스너프 필름을 두 사내가 분노의 눈길로 바라보며 시작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다. 살인자 레이몬드가 탄 기차에 경찰들이 잠복해 있다. 이 경찰들은 보통 경찰이 아니다. 최고의 인재들로만 구성된 최정예 특수 요원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 레이몬드라는 살인자도 보통 살인자가 아니다. 레이몬드는 단번에 경찰들을 알아보고 탈출구를 모색한다. 그러나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엉뚱한 사건들과 최초의 프롤로그 사이에는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세계에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가 없다. 소설은 시작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놀래킨다. 그 반전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야기이 흐름을 수 없이 뒤바꿔 놓는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다.

특히 이 소설에는 추격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정말 압권이다. 다수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도망다녀야만 하는 소수 인물들의 터질 것 같은 심장 박동소리가 활자와 지면을 뚫고 나올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음모와 살인, 도주와 추적,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들...

2005년 시작부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게 행운이다.
읽는 데 긴 시간이 걸렸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보람이 느껴지고, 뿌듯하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에 힘입어 이런 재미있는 소설들이 더 많이 나와 주길 바라는 바다. 그래서 또 100만부 이상 팔리고, 인기를 끌고, 아주 아주 잘 팔렸으면 좋겠다. 재미 없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 긴장 좀 하게... 재미 없는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 편집장들의 가슴이 많이 쓰라리도록...

* 개인적으로는 추방이 다빈치 코드 보다는 더 재밌고, 앨런 폴섬의 전작이었던 모레보다는 조금 덜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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