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힐러리처럼 - 꿈을 품은 모든 여자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는 법
이지성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일단 쉽게, 금방 읽히는 책이다. 책 날개에 씌인 저자 소개에는 베스트셀러 작가 운운하는 얘기들이 있는데, 솔직히 이지성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그가 이미 십여 권의 책을 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다만, 그 만큼 책을 많이 썼다면 그 만큼 안정된 필력을 지니게 될 터이고, 그래서 작가는 적어도 독자들에게 잘 읽히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비교적 명확했고, 그 서술 방식도 일목요연했다. 한 편의 깔끔한 자기계발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즉,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에 비해 이 책만의 차별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힐러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만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기에는 이 책에 인용된 힐러리의 삶이 너무나 피상적이거나 너무나 보편적인 부분들 뿐이다. 힐러리라는 이름이, 또 그녀의 성공한 삶이 이 책을 위해 상업적으로는 이용될 수 있으나, 독자들을 위해서는 큰 의미로 작용하고 못한다는 얘기다. 인생의 선로 위에서 비틀거리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모르고 있었던 진리를 깨우쳐 주거나, 새롭고 신선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보편적인 진리로 귀결된다.
여자들이여 힐러리처럼 살아라.
라는 말은 언뜻 대단히 신선하면서도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 핵심은 결국

열심히 꿈을 꾸고, 꿈을 향해 열심히 몰입하고 노력해라.

라는 평범한, 교과서적인 가르침에 불과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봐도 기실 뻔한 소리들 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읽혔다. 새로운 감동을 느낀 부분은 거의 없다.
열심히 공부를 해라. 공부를 하되 효과적(이를테면 더 상위 지식인 그룹에 끼어서 더 고급 학문을 습득해라라고 나온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니, 여간한 노력으로 될 일인가)으로, 또 집중적으로 해라. 공부만 해서 될 일이 아니고, 돈도 많이 벌어라. 역시 열심히, 똑똑하게(이를테면 투자를 하더라도 절대로 전재산을 다 투자하지 말고 여윳돈을 잘 굴려서 좋은 펀드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서 하라는 지극히 모범답안적인 방법으로). 또 조용한 듯 하면서도 남들을 압도하는 매력을 발산하고, 어려운 일이 닥칠수록 더 많은 일들에 열중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텔레비전과 인터넷 대신에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해야하고, 등등... 누구나 다 알법 하지만 보통의 의지로는 결코 해 낼수 없는, 고도의 노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그런 일들을 죽죽, 늘어 놓는다. 그 모든 것들을 힐러리는 다 해냈으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 이런 얘기다.  

이런 식의 자기계발서에 담긴 이야기는 대게 두 가지로 나뉜다. 너무 쉬워서 해 봐야 실생활의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들과 너무 어려워서 할 엄두가 안 나는 이야기들. 긍정적으로 사고해라라는 주제로 귀결되는 이야기와 죽을동 살동 열심히 공부(노력)해라라는 주제로 귀결되는 이야기들... 공통점은 그 책을 읽든 안 읽든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홍정욱의 '7막7장'이 백만이 넘는 독자들에게 읽히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그 백만 중에서 홍정욱처럼 하버드를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은 거의(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유인 즉, 그렇게 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해라, 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그렇게 실천하기는 여간한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든 안 되든 독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받기는 어려운 법이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도 '7막7장'과 비슷하다. 즉 앞서 말한 분류 가운데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힐러리처럼 살아라!

힐러리처럼 살면 당연히 힐러리처럼 될 수 있지. 이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힐러리가 한 노력의 70%만 따라가도, 힐러리가 이룬 성공의 70%는 이룰 수 있다. 이 또한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냐고... 또, 너무나 뻔한 얘기가 아니냐고...

작가는 성공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힐러리처럼 사는 삶'을 제시했지만, 문제는 '힐러리처럼 사는 삶'을 어떻게 일반인이 따라갈 수 있느냐에 대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저 힐러리처럼 사는 수 밖에(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즉, 작가는 성공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힐러리의 삶을 요약해서 보여주며 '이렇게 살아라', 라는 말은 홍정욱이나 빌게이츠의 삶을 요약해서 보여주며 '그들처럼 살아라'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지도 않고서 그저 힐러리가 했기 때문에, 홍정욱이 했기 때문에, 빌게이츠가 했기 때문에, 너도 할 수 있다, 똑같이 해라, 라고 말하는 것은 다분히 무책임한 소리며, 결국 하나마나 한 뻔한 소리다. 

제목이 무색할 만큼 이 책은 힐러리만의 특색이나, 힐러리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저자가 힐러리에게서 발견한 삶의 자세, 혹은 진리들은 '힐러리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이미 보편적으로 알려진 진리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80만부를 돌파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시크릿'을 읽은 독자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최고의 진리, 삶의 자세는 '열심히 꿈을 꾸면, 이루어 진다'라는 것인데, 이것은 이미 '시크릿'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주제다. 힐러리가 오늘날처럼 성공한 걸 보면 '시크릿'에서 말한 성공의 비밀을 힐러리도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다. 그러니까, '간절히 바라면 그것은 우주가 반드시 이루어 준다'라는 비밀 말이다. 이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의 핵심 주제로 정리되고 있다. 그리고 기실 이 주제는 '시크릿' 이전에도 이미 많은 책들에서 다루었던 것이다. 그 대단한 '연금술사'의 주제가 무엇인가... 바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것 아닌가... 

이 책에서 새로이 발견한 것이라곤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에 대한 얘기 뿐이다. 내가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게 된다면 그건 아마 이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에 대한 소개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별점을 두 개라도 준 것은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에 대한 소개가 신선했고, 또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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