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착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나호코를 다시 만나 기뻤다.
스기무라는 이번에도 얼떨결에 탐정 역할을 맡게 된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그가 사건을 해결한다.
'이름 없는 독'은 크게 두 가지 사건을 축으로 돌아간다. 두 사건의 중심에는 독기를 품은 두 인간이 있다. 그러나 독을 풀어내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방식은 다르지만, 치명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스기무라는 우연찮게 두 사건 모두에 발을 담그게 되고, 두 곳에서 흘러나온 독을 치유하고 정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목숨의 위협도 받고, 가족이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이름 없는 독'은 2006년 '주간문춘 선정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제4회 서점대상에서도 10위를 차지했다. 또 작가는 이 작품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화차', '이유', '모방범' 등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이름 없는 독'은 미미여사의 대표작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세상을 병들게 하는 범죄와 죄악들을 '독'에 비유한다. 사람의 몸에 깃든 '독기'가 바로 범죄를 유발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을 정화시키켜야만 한다. 독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정화해야만 한다. 독은 결국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오염된 땅이 집을 병들게 하고, 사람을 병들게 하듯, 정화되지 못한 환경이 그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의 마음을 사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독을 정화하는 작업이란 쉽지가 않다. 세상 모든 사람을 불행에서 건져올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스기무라는 마침내 사건을 해결하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두 명의 범인은 검거되지만, 세상의 독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독기들이 아직 많다. 실체를 갖추지 않은 독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사자라는 포악한 짐승에게 '사자'라는 이름을 붙여줌으로해서 인간은 사자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처럼, 독도 실체가 있어야만 정화시거나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실체를 갖고 있지 않은 위험과 살의가 너무 많다. '이름 없는 독'들이 도처에 고여있는 것이다.
세상이란 거대한 생물은 과연 그런 독들에 얼마나 많이 중독되어 있을까. 그런 세상의 구원이 가능하기나 할까.

스기무라 사부로는 행복한 탐정이다. 그의 아내는 재벌의 딸이고, 그에게는 좋은 직장이 있으며, 귀여운 딸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그는 타자의 독에 무감하고, 무력할 수밖에 없다. 탐정이 되기에는 너무 무른 인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함과 순진함이 있기에 사건을, 그리고 범인을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 따뜻하고 성실한 노력이 있기에 무시무시한 사건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무난히, 다행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기무라는 탐정 보다 인간으로서 매력이 있다. 이런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 시리즈가 하나쯤은 있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사건은 무엇일까.
우리의 착한 탐정, 스기무라가 안간힘을 다해 해결할 다음 사건은 또, 얼마나 무섭고, 추악한 것일까. 나호코는 또 얼마나 심장을 졸일까. 스기무라의 멋진 장인어른도 여전히 건재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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