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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편혜영,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백수린 등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많아서 오랜만에 이 작품집을 구입하게 됐다.
대상 수상자와 우수상 수상자를 합해 모두 여섯 명. 이 중 여자 작가가 넷, 남자 작가가 둘. 최근의 국내 문학 트랜드를 생각해보면 그나마 남녀 성비가 고른 편이라 할 수도 있는데 공교롭게도 재미있게 읽은 것은 모두 여자 작가의 작품이었다.
여상을 나와 취업과 성공에 목을 매는 여자 친구들의 애수 어린 이야기를 그린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와 어떤 작가와의 만남과 이상한 일탈을 그린 정한아의 '일시적인 일탈'이 좋았고, 앵무새를 키우는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상 수상작인 '포도밭 묘지'는 과거 정이현의 단편 걸작 '삼풍백화점'을 읽었을 때 느꼈던 쓸쓸한 애수와 아득한 연민을 상기시켰다. 현재나 과거나 젊음은 푸르르지만 참으로 가난하고 팍팍하며 미래는 늘 불투명하다.
정한아는 수록작도 좋았지만 '작업실의 유령'이라는 제목의 후기도 마음에 들었다.
수록작 여섯 편 중 네 편이 괜찮았고, 그 중 두 편은 좋았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문학상 수상집의 수준이 이 정도만 되어도 구매 목록에 언제든 넣을 수 있겠다.
다만 불만스러운 점은 소설 중간 중간에 평론가나 동료 소설가가 쓴 리뷰나 해설 같은 것이 사족처럼 끼어 있는 것이다. 분량을 늘이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싶은 의심 말고는 다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작가가 직접 쓴 후기라면 몰라도 리뷰나 평론은 같은 책에 실지 않았으면 싶다. 모 도서 말미에서 종종 보이는 편집자 후기 같은 것도 필요 없다. 작품집은 작품만으로 묶인 게 제일 좋다. 타인의 생각이나 리뷰는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내게 전문가(인 척 하는 이들)의 생각 따위는 필요 없다.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