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가들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나에게 별 다섯 개 짜리 소설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한 치의 지루함도 없고, 한 치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그래서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바로 이런 소설. 

패러곤 호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환희와 좌절, 숨겨진 아픔과 공포의 역사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지금은 문을 닫은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거대한 화석 같은 건물이다. 
밤 열 시. 다섯 명의 크리퍼(도시탐험가)들이 지하터널을 통해 패러곤 호텔로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탐사다. 버려진 건물이나 시설 등에 잠입해 그곳에 서려 있는 과거의 시간과 그 안에 깃든 추억들을 음미하고, 잠들어 있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거대한 공포가 그들을 삼켜 버린다. 그 낡은 건물은 벗어날 수 없는 악몽 속으로 크리퍼들을 인도한다. 100년의 시간이 숨 쉬듯 살아있는 섬뜩한 과거의 신전 속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괴물이 그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이제 크리퍼들의 목적은 오직 살아남는 것. 출구가 완전히 봉쇄된 암흑의 공간 속에서 크리퍼들은 살아남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를 벌인다. 금고 속에 갇혀 있던 정체불명의 한 여자는 이런 말을 한다. 
'그가 오고 있다'
'그는 우리 모두를 죽일 것이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나 늦었다.
'그'는 이미 호텔에 있었고,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옥 같은 폐건물 속에서 크리퍼들은 한 명씩,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크리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패러곤 호텔에 숨겨진 잔혹한 비밀은 무엇일까?
두터운 과거의 시간층 속에 숨겨져 있던 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소설은 밤 아홉 시부터 시작하여 여덟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그린다.
여덟 시간 동안 상상도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평온했던 크리퍼들의 신상에 엄청난 변화가 온다. 추억이 공포로 바뀌고, 탐험이 사투로 바뀌고, 과거가 현실로 바뀌고, 삶이 죽음으로 바뀐다.
데이비드 모렐은 소설을 어떤 식으로 써야 독자를 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지를 제대로 아는 작가다. 그는 거의 정공법적인 방식으로 호러와 서스펜스의 진수를 보여주다가 별안간 예상치 못한 반전을 터뜨리며 엄청난 박진감과 카타르시스로 독자를 마지막까지 악몽의 끝으로 내몬다.
마치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펼쳐지는 역동적인 서사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숨막히는 스릴, 지루한 틈을 주지 않는 긴박한 사건과 위기의 연속...  
'장르'의 특성을 떠나 떠나 모름지기 '소설'이 갖춰야할 최고의 미덕, '재미'로 완전하게 무장을 한 작품이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독자는 작가의 손아귀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 한다. 

이 소설은 서스펜스 스릴러로 분류하기보다 호러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무난할 듯 싶다. 최고의 호러소설에게 주어지는 '브램 스토커 상'을 2006년에 수상한 작품이며, 무엇보다 스티븐 킹의 최신작이었던 '셀'보다 '공포'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체감 공포'와 '호러적 재미'면에서 이 작품을 능가하는 호러소설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물론 '호러적 재미'가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작가는 그 유명한 영화 '람보'의 원작인 '퍼스트 블러드'로 데뷔를 했었다. 장르적 재미 이면에 진지한 고찰과 감동을 깔아놓을 줄 아는 훌륭한 작가다. 게다가 작가는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취재와 조사, 연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숨막히는 공포와 손에 잡힐 듯한 리얼리티가 멋진 조화를 이루며 '걸작'이 탄생되는 것이다. 
호러소설의 세계적인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븐 킹과 딘 쿤츠 등도 이 작품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현재 영화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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