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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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첫번째 여자 가토 후미에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자신이 사는 맨션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한다.
두번째 여자 미타 아츠코는 지하철 선로로 뛰어내려 열차에 치어 사망한다.
그리고 세번째 여자 스가노 요코는 야간에 도로를 가로지르다가 택시에 치어 사망한다.

고등학생 마모루는 우연히 이 사건에 끼어들게 된다. 세번째 사건의 가해자로 현장에서 체포된 택시기사가 바로 마모루의 이모부인 것이다. 이모부의 과실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전후 상황으로 볼 때, 여자가 자살을 위해 도로로 뛰어든 것으로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모루의 집으로 '여자를 죽여줘서 고맙다'는 의문의 전화까지 걸려오자, 마모루는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홀로 수사에 나선다.

스가노 요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마모루는 요코를 포함한 네 명의 여자(가토 후미에, 미타 아츠코, 스가노 요코, 다카기 가즈코)를 알게 되고, 네 여자가 과거에 같은 일을 했었고, 같은 잡지에서 함께 인터뷰를 했던 사실도 알아낸다. 또한 네 여자 중에서 요코를 포함한 세 여자가 이미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밝혀낸다. 게다가 그들의 죽음은 모두 '자살'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머지 한 명의 여자 다카기 가즈코. 그녀의 행방은 알 수 없으나, 살아있다면 목숨이 위험하다.
그 즈음 마모루의 주변에서는 불가사의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그리고 또다시 걸려오는 의문의 전화. 배후에 숨어있던 범인이 스스로 마모루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범인은 마모루가 믿고 있던 모든 것을 뒤짚어엎는 엄청난 비밀을 알려준다. 

 이 소설은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작품으로 1989년에 제2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이번에도 작가는 고도로 성장하는 현대 사회의 그늘 속에서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인간들의 상처와 사회의 얼룩을 드러내 보인다. 무시무시하고 스릴 넘치는 사건을 숨가쁘게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무겁고 진지해 진다. '이유'나 '화차'에서처럼 범인의 마음을 일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회에 얼룩진 부조리와 법망을 유유히 뚫고 세상을 활보하는 악의(惡意)들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행동이 나쁜 줄도 모르고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들, 혹은 과거의 악행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들에 대한 연민이나 이해의 감정도 든다. 알고보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불쌍한 인간들인 것이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있으며, 얼마나 많은 의미가 녹아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많은 의미들을 모른 채, 혹은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작가는 특유의 섬세하고 박력있는 필체로 사회의 얼룩진 단면을 예리하게 해부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한 편, 한 편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열정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이번 작품을 위해 두 가지의 전문지식들을 끌어온다. 하나는 사건의 중심에 숨어 있는 '최면'이라는 정신요법과, 또 하나는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마모루가 사용하는 '열쇠'기술들이다. 이 두 가지는 숨가쁘게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무리없이 녹아 있으며,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최면'이 어떻게 사건의 중심을 이끌게 되는지, 그 사건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 '열쇠' 기술들이 어떤 식으로 발휘되는지... 작가는 이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적시적소에 배치하며 독자들에게 서스펜스의 진수를 만끽하게 한다.  

이제 작가의 또다른 걸작인 '브레이브 스토리'를 읽을 예정인데, 그 전에 나도 이 한 마디를 외쳐보고 싶다. 책 맨 뒷장에 작은 글씨로 씌어 있는 센스 있는 한 마디.

"미미여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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