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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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의 '13, 67'이 홍콩 사회의 내부를 건드렸다면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중국 사회의 내부를 거침없이 파헤치고 있다. 어느 중국 독자의 리뷰처럼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작품이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공산당이 집권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치는 엄격한 사회주의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문화 예술 분야에서 공안당국의 감시와 검열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중국 사회를 지탱하는 권력의 심장부로 비판과 고발의 칼날을 들이댄다. 작가가 날카로운 메스로 열어젖힌 중국 사회의 폐부는 추악한 어둠으로 뒤덮여 있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은 견고한 악의 성탑이 지어져있고, 그 안에서 온갖 악행이 난무한다. 막강한 돈과 권력을 바탕으로 거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권력층이 있고, 그를 철통같이 비호하는 고위층 경찰 간부들이 있다. 정의를 수호하고 악을 처벌하려는 이들은 번번이 권력 앞에 무릎꿇고, 내부의 방해에 가로막혀 좌절한다. 다른 집단도 아닌 경찰이, 신성한 공안당국이 여아 성폭행이라는 추악한 범죄부터 살인, 매수, 위장, 증거 인멸, 증인 살해 같은 온갖 범죄에 가담하고 부정과 부패, 비리의 온상으로 그려졌다는 것은 중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만큼 큰 충격을 던지는 일이다.


이것이 사실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이라면, 소설을 통해 현재 중국 사회의 내면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어느 사회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둡고 추악한 면면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특별히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중국 작가의 의해 이런 작품이 쓰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작가의 필력 또한 뛰어나 도중에 책장을 덮을 수 없을 만큼 잘 읽혔고, 구성도 물 셀틈없이 탄탄했다. 과거와 현재, 인물과 인물을 오가며 숨가쁘게 전개되는 서사는 시종 박진감 넘쳤으며, 뜨거운 이야기가 읽는 내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도입부에 벌어진 이상한 시체 유기 사건과 살인의 전말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한 장면에서는 애틋한 비애감마저 느껴졌다. 온통 어둠 뿐인 세상 속에서 정의를 수호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일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돈과 직장, 사랑과 명예, 가족마저 내던지고 온 인생을 통째로 불살라야만 겨우 정의의 촛불 하나를 밝힐 수 있다니. 그래서 정의의 가치는 더욱 값질 수밖에 없으며,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어떤 어려움과 고통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를 사수하려는 멋진 남자들의 '행동'이 삭막한 가슴에 카타르시스와 감동의 비를 내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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