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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광고회사에 다니는 40대의 직장인 찰스는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자신이 타야할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를 타게 된다. 그 안에서 그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여인 루신다를 만난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가정이 있는 몸이다. 하지만 강렬한 욕망은 현실의 벽을 순식간에 넘어서 버린다.
한 순간의 탈선, 어긋난 애정행각...
불륜은 제법 얌전한 모습으로 조용히, 만족스럽게 끝날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괴한이 이들 사이에 끼어 들면서 찰스의 삶은 선로를 벗어난 열차처럼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괴한은 찰스에게 돈을 요구함과 동시에 무시 무시한 협박을 가한다. 찰스는 두가지 무거운 책임에 짓눌려 허덕인다. 저 더럽고 무서운 괴한으로부터 가정을 지키는 것과, 아름다운 루신다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 그러나 찰스 혼자서 그 책임들을 모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나름대로 궁리를 하고 발버둥도 쳐보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찰스의 목을 조여온다.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은 책 표지에도 씌어 있듯 오싹하고, 섬뜩하고, 강렬한 위기와 반전이 촘촘하게 엮인 철로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작가는 다소 진부한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신 주인공을 끊임없이 궁지로 몰아 넣는 지혜를 발휘한다. 아름다운 여인 루신다에게 한순간 눈이 먼 찰스는 그로 인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 대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고, 절망은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 찰스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거리에서 끝없은 고통과 위협을 받으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그러나 이 스릴러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은 소설이 중반부를 넘어서는 시점부터다. 바닥까지 떨어진 찰스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알아 차리는 순간부터 이 소설은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며, 새로운 반전의 칼날을 드러낸다. 바야흐로 소설은 스릴러라는 껍질을 뚫고 누아르로 탈바꿈 되는 것이다.
제임스 시겔의 두번째 장편 소설인 <탈선>은 출간되자 마자 헐리웃 제작사에게 판권이 팔리며, 뉴욕 베스트셀러 순위에 6주간 머무는 대히트를 기록한다. 진부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듯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소설은 예상치 못한 기운을 띠며 고공 비행했다가, 어느 순간 수백미터 낭떠러지 아래로 끝없이 낙하한다. 독자는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완전 몰입되어 숨막히는 스릴과 암담한 공포를 함께 느끼게 된다. 그리고 라스트의 대반전에서는 카타르시스의 진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제임스 시겔은 정말로 영리하고 날렵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