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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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아홉살 소녀가 있다. 소녀는 홀로 길을 찾아 나선다. 소녀는 외로이 고군분투한다. 소녀가 싸워야 할 상대는 자연이다. 때때로 자연은 말없이 가만히 있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인간을 절망 속으로 완전하게 옭아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가 궁극으로 싸워야 할 상대는 자연이 아니라 자신이다. 끊임없이 공포에 속박되어 버리려는 내면의 소리들에 맞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소녀는 끝없이 싸우며 걷는다. 그런 소녀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라디오에서 중계되는 톰 고든의 야구시합이다. 아니 톰 고든 그 자체이다.

이 소설은 한번 길을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르는 지에 대한 공포와 교훈을 함께 보여 준다. 한번 어긋난 길을 다시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맹렬한 의지와 굳건한 신념이 필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소설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벗어난 정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싸우고, 의지할 수 있는 희망을 찾고, 아프고, 눈물 흘리고, 극복하고, 걷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는 소설이다.

소녀는 마침내 해낸다. 숲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뒤를 따라 다니던, 끊임없이 자신을 위협하던, 끊임없이 많은 공포와 상상을 불러 일으키던 그것과 싸워 이겨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길었던 공포를 극복하고 가까스로 원래의 길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녀는 다시 성장할 것이다. 길이 아닌 곳으로 발을 들여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알면서도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 할지도 모르고, 또 가까스로 극복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부딪히고, 극복하고, 다시 성장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소설 속 소녀는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은 길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 캐릭터다. 아홉살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이끌 줄 아는 캐릭터다. 킹이 창조한 아이들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중편 분량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주제에서 느껴지는 교훈과 감동의 깊이는 여느 장편 못지 않다. 훌륭한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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