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의 랑데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54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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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여인 도로시를 기다리는 남자, 조니 마. 불이 켜진 작은 잡화점 진열장 앞에서, 그는 매일 밤 연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연인은 오지 않는다. 도로시는 이미 죽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술병에 머리를 맞고, 어이없이, 너무도 허망하게 조니의 곁을 떠나 버렸다.
그러나 조니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기다린다. 그의 의식 속에서는 아직 연인이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살아 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그녀가 자신을 찾아 올 것만 같다. 그래서 조니는 계속 기다린다. 한 경솔한 경관이 그를 그 자리, 오지 않는 도로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서 있던 그 잡화점 진열장 앞에서 내쫓기 전까지. 

어느날 갑자기,
조니는 사라진다. 
그리고 복수가 시작된다.
도로시의 머리 위로 떨어졌던 술병. 그 술병을 던진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 시각에 도로시의 머리 위로 한 대의 경비행기가 지나갔음을 알 뿐이다. 그 시각, 그 경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다섯 명의 승객들. 그들 모두에게 복수의 칼날이 날아간다. 그들은 차례차례 상복과 랑데뷰하게 된다.  

코넬 울리치는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아름답고 잔혹한 복수극을 그려낸다.
조니가 벌이는 다섯 번의 살인극. 사랑하는 도로시를 죽였을 것이라 짐작되는 다섯 명의 용의자들 모두에게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은 고통을 선사하는 조니의 끔찍하도록 집요한 복수극.
그러나 독자는 조니를 미워할 수 없다. 다섯 번의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이미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해 가슴아파하는 사나이의 뜨거운 사랑과 우수어린 뒷모습을 오히려 연민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와 가슴 떨리는 로망스의 절묘한 랑데뷰. 날카로운 추리와, 애틋한 감성의 아름다운 조화. 코넬 울리치 소설이 매혹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넬 울리치의 추리 소설에는 항상 슬픈 드라마가 깔려 있다. 그래서 더욱 소설에 몰입될 수 밖에 없다.  

도로시를 향한 사랑의 열정과, 복수의 집념에 한꺼번에 사로잡힌 비운의 사나이, 조니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독자는 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야 그 운명의 종극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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