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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휴대폰을 여는 순간 펄스가 시작되었다. 휴대폰에서 터져나온 웜 바이러스가 인간의 뇌파를 집어삼키고, 인간은 사이코로 돌변한다. 한가로운 한낮의 공원이 삽시간에 공포의 전장으로 바뀐다. 개의 귀를 물어뜯는 남자, 아이스크림을 사려던 여자의 목을 물어뜯는 아이,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상실한 또다른 아이, 그리고 서로를 물어뜯고 짓이겨버리는 아수라의 지옥 같은 세상...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폰사이코가 되어 인간을 공격한다. 아니 인간 뿐만 아니라 같은 종족을 공격하기도 한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트럭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던 만화가 클레이는 순식간에 지옥이 되어버린 이 세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겨를도 없다.
미친 족속들을 피해 도망가다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아 운 좋게(혹은 운 나쁘게?) 사이코가 되지 않은 정상인들은 몇 만나고, 그들과 합세하여 살 길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폰사이코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그들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더 짙은 공포와 절망이 몰려오고 그럴수록 클레이의 머리속에 뜨겁게 새겨지는 의지 하나가 있다. 아들 조니를 찾아야 한다는 것!
클레이는 아들 조니를 구하기 위해,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지옥처럼 변해 버린 세상 속에서 처절한 생존사투를 벌인다.
클레이는 과연 조니를 만날 수 있을까, 그 아이를 온전히 구해낼 수 있을까?
'셀'은 리처드 매드슨의 좀비소설 '나는 전설이다'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에서 모티브를 가져온다. 휴대폰에 의해 미쳐버리는 폰사이코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공포 영화 속에서 익히 보아온 좀비들의 모습인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좀비에 비해 조금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스티븐 킹만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다.
'셀'에 등장하는 폰사이코들은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과 언어를 터득하게 된다. 그들은 음악을 즐기고 집단으로 모여 생활하며 인간의 육체가 아닌 일반적인 음식물들을 섭취할 줄도 안다. 심지어는 공중부양까지 할 줄 안다. 그들은 한낱 미치광이 사이코가 아니라 어쩌면 진화된 모습의 또다른 인류일 지도 모르는 것이다.
휴대폰 전자기파에 의해 뇌 구조가 새롭게 바뀌어 버린, 신 인류!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을 마냥 공포스럽게만 그리고 있지 않다. 엄청난 재앙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나약함의 끝에서 불현듯 발동되는 초인적인 강인함, 타자와의 갈등과 이해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과 해석, 인류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과 경고의 메시지,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스티븐 킹 표 소설 진수성찬'인 것이다.
앞서 읽은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과 비교하자면 캐릭터와 스타일은 '톰 고든...'이 더 좋고, 박진감과 장르적인 즐거움은 '셀'이 더 좋은 것 같다. 두 편 모두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 만의 매력이 한껏 담겨있는 대단한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