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광기 어린 천재'라는 해묵은 신화를 뇌과학의 시선으로 명쾌하면서도 다정하게 해체하는 책입니다. 흔히 우리는 반 고흐, 프리다 칼로, 도스토옙스키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기이한 행동이나 정신적 고통을 그저 '천재니까'라며 미화하거나 배제하곤 합니다. 하지만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최신 뇌과학 성과를 돋보기 삼아 그들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세밀하게 추적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이 어떻게 그의 문학성에 자양분을 주었는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던 앤디 워홀이 어떻게 자신만의 팝아트 우주를 만들었는지 읽어가다 보면, 과학과 인문학이 이토록 완벽하게 융합될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됩니다. 저자는 그들의 조건이 단순한 '장애'나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탁월한 예술적 표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증명해 보입니다.

"보통과 다르다는 건 다르게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남습니다. 이 책은 재능이라는 벽 앞에서 작아지는 평범한 이들에게, 창작에 정말 필요한 것은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고통을 직면할 용기'라는 진실을 일깨워주며 커다란 위안을 건넵니다.

나아가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는 생성형 AI 시대의 창의성에 대한 질문은 지금 우리에게 매우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집니다. 알고리즘의 묘사와 인간의 감정적 표현의 경계를 짚어내는 대목은 지적인 포만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은 시선을,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메커니즘의 탐험을 선사할 서가 위의 필독서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끝내는 AI 전환
오형섭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대세로 떠오른 AI 전환(AX)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대부분 기술의 경이로움을 찬양하거나 막연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그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으로 끝내는 AI 전환》은 철저하게 실무자의 시선에서 '진짜 작동하는 조직의 AI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안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현실적인 지침서입니다.

저자는 AI 전환이 단순히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외부 LLM을 가져다 이름만 바꾼 챗봇을 만드는 '부서 차원의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진정한 전환은 조직 고유의 맥락과 데이터를 연결하고, 일하는 방식인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하는 '경영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가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은 총 5부에 걸쳐 데이터 구조화 역량부터 LLM 선택 기준, RAG(검색 증강 생성) 활용 방식, 그리고 최근 화두인 AI 에이전트(Agentic AI) 시스템 설계와 거버넌스까지 AX의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촘촘하게 엮어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안과 리스크 관리, 그리고 성과 측정 전략입니다. 기술 도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환각 현상이나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를 통제하는 통제 체계를 현실적인 원칙(‘인간 개입은 위험이 큰 지점에만 정확히 넣자’)으로 제시하여, 규제가 까다로운 산업군이나 스타트업 모두에게 실질적인 돌파구를 열어줍니다.

또한 부록으로 수록된 '조직 AI 전환 진단표'와 '유스케이스 발굴 캔버스'는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회의실에서 당장 실무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단편적인 AI 툴 사용법을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지속 가능한 조직 구조를 고민하는 경영진, 리더, 그리고 실무 기획자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든든한 안내서로 적극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인 시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서점순 지음, 배진시 외 옮김 / 긱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외입양'이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그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얼마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을까. 뉴스의 단편적인 기사나 타인의 기록으로만 짐작해 왔던 그 막연한 그늘을, 서점순 작가의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깊고 묵직한 울림으로 깨뜨려 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게 된 이 책은 자극적인 비극의 나열이나 단순한 사건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1970년대 말,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강제로 분리되어 프랑스로 입양되어야 했던 저자의 삶을 담담하지만 서늘하게 추적해 나간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지점은 내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하게 누려왔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따스한 방 안의 냄새, 가족들의 목소리 같은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걸고 찾아야 하는 외로운 여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다. 프랑스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가정을 이루며 겉으로는 평범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지워진 이름과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던 디아스포라의 고통이 응축되어 있었다.

"침묵이 고통을 지워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만 옮길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잃어버린 과거를 억지로 완벽하게 복원하려 애쓰기보다 그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해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가 나란히 수록된 독특한 책의 구성은, 어느 한쪽 언어로만 온전히 설명될 수 없는 이방인의 정체성과 혼란을 시각적으로도 필연성 있게 전달해 준다.

이 책은 단순한 사회적 고발도, 값싼 치유의 메시지도 아니다. 되찾을 수 없는 상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증인이 되어가는 한 인간의 위대한 기록이다. 타인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묵인해 온 침묵의 무게를 함께 마주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울 앞에 선 시간들 - 살아낸 시간 끝에 발견한 삶의 온기
강미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대 후반, 흔히들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한 가정을 책임지며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온 이들에게 뒤를 돌아볼 여유란 사치에 가까웠습니다. 내 몸이 힘든 것보다 가족의 안위가 먼저였고, 내 마음이 다치는 것보다 내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과 무게를 견디는 것이 당연한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작 '나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마음의 소리는 무엇인지 외면한 채 무작정 버텨온 날들이 많았습니다.
좋은 기회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게 된 강미희 작가의 《거울 앞에 선 시간들》은 제목 그대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깊이 마주하지 못했던 제 지난 세월을 담담히 비추어보는 거울이 되어주었습니다. 에세이를 펼치기 전에는 중년 여성 작가의 삶의 기록이 과연 40대 후반을 살아가는 남성인 나에게 얼마나 큰 공감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길 수록, 그것이 성별을 떠나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중년 모두의 이야기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는 세상을 뒤흔들 만한 화려한 성공 스토리나 극적인 반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린 시절에 느꼈던 작고 서글픈 결핍, 서투르게 사랑을 배우고 가정을 이루던 순간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중년의 문턱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감정들이 잔잔하고 담담하게 녹아 있습니다. 작가가 풀어내는 삶의 조각들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제가 지나온 청춘의 방황과 가장으로서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수많은 밤의 기억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타인의 삶을 읽고 있음에도 마치 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늘 완벽한 아버지가 되려고 애썼고, 든든한 남편이자 흔들리지 않는 사회인으로 버텨내기 위해 스스로를 매섭게 다그치기만 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실패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늘 긴장 속에서 스스로를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흔들리고 불안했던 시간조차 결코 의미 없는 방황이 아니었다고 위로를 건넵니다. 묵묵히 버텨온 평범한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비로소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어준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책을 덮으며 정말 오랜만에 타인이 아닌 제 자신에게 "그동안 참 잘 버텼다, 정말 애썼다"라는 다정한 안부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 직장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이 시대의 모든 동년배 남성분들과 아버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거울 너머에 서 있는, 조금은 지치고 나이 든 진짜 나의 모습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늦었어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아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굿모닝 에디션)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종종 미래의 안정을 담보로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며 살아간다. "자리만 잡으면", "이 고비만 넘기면"이라는 말로 매일 아침의 설렘을 유예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날카롭고도 따뜻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오늘이 마지막 아침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 존 릴런드는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던 시기에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여든다섯 이상의 노인 여섯 명을 1년간 밀착 인터뷰했다. 이 책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은 그 특별한 만남의 기록이자, 삶의 본질을 꿰뚫는 경쾌하고도 지적인 인생 수업이다.
책 속 어르신들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육체의 쇠락, 고독,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슬픔이 일상에 깔려 있다. 그러나 그들이 들려주는 대답은 예상외로 담담하고 명쾌하다. 프레드 할아버지는 전체적으로는 늘 좋은 날들이라며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 다음 순간을 맞을 수 있다"라고 말하고, 핑 할머니는 남의 위로를 바라기보다 "자기가 자신을 위로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미래의 무게에 짓눌려 살지 않고, 죽음을 제외한 일어나지 않은 모든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매일 아침이 가벼워진다는 그들의 깨달음은 긴 울림을 준다.
이 책은 단순히 '나이 듦'이나 '장수'의 비결을 논하는 건강서가 아니다. 오히려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에서 '지금, 여기'의 행복을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적인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헛된 미래를 향해 달리느라 숨이 턱 막히는 알람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재부팅 버튼'을 켜보기를 권한다.
매일 눈뜨는 아침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사랑과 감사처럼 인생의 가장 좋은 것들은 이미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늘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나침반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