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서점순 지음, 배진시 외 옮김 / 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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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이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그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얼마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을까. 뉴스의 단편적인 기사나 타인의 기록으로만 짐작해 왔던 그 막연한 그늘을, 서점순 작가의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깊고 묵직한 울림으로 깨뜨려 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게 된 이 책은 자극적인 비극의 나열이나 단순한 사건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1970년대 말,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강제로 분리되어 프랑스로 입양되어야 했던 저자의 삶을 담담하지만 서늘하게 추적해 나간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지점은 내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하게 누려왔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따스한 방 안의 냄새, 가족들의 목소리 같은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걸고 찾아야 하는 외로운 여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다. 프랑스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가정을 이루며 겉으로는 평범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지워진 이름과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던 디아스포라의 고통이 응축되어 있었다.

"침묵이 고통을 지워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만 옮길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잃어버린 과거를 억지로 완벽하게 복원하려 애쓰기보다 그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해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가 나란히 수록된 독특한 책의 구성은, 어느 한쪽 언어로만 온전히 설명될 수 없는 이방인의 정체성과 혼란을 시각적으로도 필연성 있게 전달해 준다.

이 책은 단순한 사회적 고발도, 값싼 치유의 메시지도 아니다. 되찾을 수 없는 상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증인이 되어가는 한 인간의 위대한 기록이다. 타인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묵인해 온 침묵의 무게를 함께 마주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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